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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곤충백과] '땅강아지'에 대해서

by 석아산 2023. 6. 23.

땅강아지
땅강아지

여러분 '땅강아지'라고 아십니까.

저 어렸을 때만 해도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하고 있으면 가끔 이 땅강아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억센 앞발로 손 안에서 발버둥치는 땅강아지가 진짜 어찌나 힘이 세던지요.

 

그런데 요새는 이 땅강아지도 잘 찾아볼 수가 없네요.

얘네는 곤충인데 배가 아주 부드러워서 처음에 어떤 아이는 이게 두더지라고 우기기도 했는데요 ㅋㅋㅋ 그냥 딱 봐도 벌레인데~

 

어쨌든 갑자기 옛날 생각도 나고... 이 땅강아지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럼 정보 전해드리죠^^

1. 땅강아지란

땅강아지(학명: Gryllotalpa orientalis)는 땅강아지과 땅강아지속의 곤충입니다.

아시아와 호주에서 널리 발견된다고 합니다. 

 

우리말로 하늘밥도둑이라고 합니다. 한자어로는 강고(江蛄), 간단히 고(蛄)라고도 한답니다.

예전에 아프리카땅강아지(Gryllotalpa africana)와 혼동된 적이 있었으나 별도의 종으로 재분류되었습니다.

 

이 땅강아지는 작물의 뿌리를 갉아먹고 땅 속에 굴을 파서 식물의 뿌리가 정착하지 못하게 해 말라죽이는 토양 해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땅강아지는 인간의 장 기능과 관련된 질환에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말려서 가루를 내 복용하면 변비 치료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곤충을 말려서 섭취한다는 게 좀 용기가 필요한 일이네요.

 

화석상으로는 20세기 중반 프랑스 남서부 샤 랑트-마리 팀 (Charente-Maritime) 백악기 초기 지층에서 땅강아지의 한 분류에 속하면서 멸종된 "Marchandia magnifica"이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브라질, 중국, 미국,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같은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2. 특징

머리가 달걀 모양으로 생겼는데요, 이로 인해 땅 속의 터널을 드나들기 좋습니다.

앞다리가 두더지처럼 짧고 납작하여 굴을 파기에 알맞습니다. 심지어 물에서 헤엄도 칠 수 있습니다.

 

팔 힘이 매우 셉니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잡으면 팔 힘으로 손가락을 밀어냅니다. 대체로 땅굴생활을 하지만 땅 위로 나가기도 합니다. 또 등 뒤에는 넓은 뒷날개가 있어서, 가끔 날기도 합니다.

땅강아지 팔의 모습
땅강아지 팔의 모습

청각 기관이 없고 암컷의 산란관은 퇴화하여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습니다.

 

몸 전체가 미세한 털로 덮여 있어서 땅 속에서도 흙이 잘 묻지 않습니다. 머리와 가슴이 일체형으로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날개가 작아서 퇴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잘 날아다닙니다.

 

5~7월에 산란하여 애벌레가 3령이 될 때까지 돌보는 모성애도 가지고 있습니다. 밤에 불빛에 날아들기도 하고요. 들판이나 풀숲, 산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수컷은 밤에 굴 속에서 '비이이이~'하는 울음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서울시 보호야생생물로 지정되어 있는데요. 이는 개체수가 감소해서입니다. 적당한 토양이 갖추어진 곳에서는 아직 볼 수 있다고 합니다.  

3. 생태

땅강아지는 잡식성입니다. 식물의 뿌리, 지렁이 등을 먹지요.

땅속에 굴을 파고 그 속에서 사는 건 위에서 말씀드렸지요. 이때 메마른 땅보다는 눅눅하고 양분이 많은 부드러운 땅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5월이 되면 암컷은 땅속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200~350개의 알을 낳습니다.

깨어난 애벌레는 한동안 모여 살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흩어집니다. 네 번 허물을 벗습니다.

애벌레 상태로 7~8개월을 지내다가 다음 해 가을에 성충이 됩니다. 

땅강아지 애벌레의 모습(오른쪽)
땅강아지 애벌레의 모습(오른쪽)

땅강아지 암컷은 애벌레에게 먹이를 가져다주며 옆에서 보살피고, 알과 새끼가 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수시로 핥아주는 모성애를 보여줍니다.

 

위협을 느끼면 최후의 수단으로 항문샘에서 악취가 나는 갈색 액체를 뿜습니다.

 

4. 개체수 감소

1990년대까지만 해도 놀이터 모래를 뒤집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서울 중심부에서도 등장했지만, 점점 개체수가 감소해서 오늘날 도시에선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도시라 하더라도 중소 도시의 화단이나 작은 텃밭, 생태공원 등에서는 가끔 모습을 보입니다.

 

도시라도 강변 등의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으면 초여름~여름 무렵, 특히 비 온 뒤에 울음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다네요.

초여름 무렵 밤에 흙과 식물이 풍부하고 곤충이 살기 알맞은 환경이 되면, 젖은 땅 여기저기서 "끼이이이~"하는 연속음을 들으면 이 녀석들이 우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때 다시 낮에 같은 지역에 가 보면, 여기저기 땅강아지들이 터널을 뚫고 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 한복판에서 보기 힘든 이유는 땅강아지의 주식이 되는 식물들이 아파트 화단 등에만 있고 그 이외 지역에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농약이나 화학 비료,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된 탓도 있습니다.

 

게다가 서식지의 이동 제약이 뒤따릅니다. 이로 인해 개체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고, 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농작물, 그리고 농부의 관점에서 보면 이 땅강아지는 익충이기도 하면서 해충이기도 한 곤충입니다.

땅을 수시로 파서 흙을 헤집어 놓아 틈을 만들어, 토양에 숨을 불어 넣는 곤충인데요. 다른 한 편으로 그 수가 너무 많아지만 작물의 뿌리를 갉아먹는 농업 해충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습성은 두더지와 비슷한데요. 다만 두더지는 주로 육식을 하는 동물이고, 작물에 피해를 주는 행동은 지렁이나 굼벵이를 찾느라 밭을 뒤집어 놓는 점이 다릅니다. 

 

참고로 이 땅강아지는 지렁이와 함께 두더지가 좋아하는 벌레이기도 합니다. 역시 먹고 먹히는 세계...

5. 기타

어쩔 때 드물게 길바닥에 기어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징그럽게 보일지도 몰라도, 어떤 사람들은 계속 보다보니 은근히 귀엽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취향 저격 곤충인가요... 

 

어쨌든 곤충으로서는 집게같이 이질적인 것이 아닌 무언가를 파내기 적합한 팔 같이 생긴 다리가 붙어 있어서 묘하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면이 있습니다.

 

한약재로 쓰이기도 하고, 변비 치료제나 이뇨제, 낚시 미끼로 쓰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애완용 곤충으로도 인기가 있습니다.

 

땅강아지를 지칭하는 말들은 꽤 많습니다. 누고(螻蛄), 석서(石鼠), 토구(土狗), 도로래, 슝치도로람이, 개밥두디기, 굽두더지, 논두름아재비, 돌도래미, 땅간지, 땅개, 땅개미, 땅두더지, 보부지, 하늘강생이, 개밥통, 논두름망아지, 덜도래, 도로랑이, 도루래, 무송아지, 물개아지, 버버지, 토로래, 하늘밥도둑, 가밥도둑 등등...

 

중국 남북조시대에 쓰인 《안씨가훈》에서는 누고재라 하여 하늘다람쥐(오서오능)과 함께 땅강아지에 비유했습니다.

요요의 여러 기술 중 땅강아지라 불리는 테크닉이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테크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