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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동물백과] '갑오징어'의 눈, 원하는 곳만 선명하게 본다

by 석아산 2023. 6. 20.

 

갑오징어 눈동자는 낮에 W나 U 모양을 띤다. 이로 인해 난반사가 심한 위쪽 빛보다 먹이가 주로 지나는 아래쪽 빛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미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
갑오징어 눈동자는 낮에 W나 U 모양을 띤다. 이로 인해 난반사가 심한 위쪽 빛보다 먹이가 주로 지나는 아래쪽 빛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미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

갑오징어. 정말 맛있지요.

그러나 우리가 갑오징어를 해산물로 보는 것과 달리, 갑오징어는 그 자체로 너무나 훌륭하게 진화한 생물입니다.

특히 눈은 놀랄만큼 정교하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갑오징어의 렌즈를 연구하여 모방 카메라를 만든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그 전에 갑오징어는 과연 어떤 생물인지 알아보죠.

1. 갑오징어란?

갑오징어는 두족류입니다.

갑옷 같은 뼈가 있어서 갑(甲)자를 써서 갑오징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연체동물 중에서도 십완상목(다리가 열 개) 갑오징어목에 속하는 종류들을 말합니다. 몸통 안에 석회질의 길고 납작한 뼈가 있습니다. 이에 뼈가 전혀 없는 문어나 작은 뼈가 있는 일반 오징어류와 차별을 보이죠.

 

몸길이는 한반도 해역에 자생하는 갑오징어를 기준으로, 약 20센티미터 정도에 200그램 정도 됩니다.

크기가 천차만별로, 새끼 손가락보다 작은 종부터 50센티미터가 훨씬 넘는 대형종도 있습니다.

 

무척추동물인 오징어에 뼈가 있는 것은, 오징어의 조상인 오르토케라스 아강에 속한 두족류가 껍데기를 피막 안으로 집어 넣으면서 퇴화된 껍데기를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고, 소형화하여 유지한 것입니다.

그래서 뼈라고는 부르고 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척추동물에서 볼 수 있는 뼈와 비교하면 상당히 다릅니다.

 

갑오징어는 회로 먹기도 하고, 숙회나 볶음 등 다양한 요리로 먹습니다.

몸 부피에 비해 뼈의 비중이 꽤 큰 편이라 회를 뜨면 거의 가죽만 남아서 양이 좀 적습니다. 하지만 일반 오징어에 비하면 살이 두툼하고 식감이 쫄깃하여 꽤 인기가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반 오징어보다 3~5배 정도 되는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고급 식재료입니다. 타우린 함량이 높아 보양식으로도 좋다고 합니다.

위장술도 비교적 뛰어난 갑오징어
위장술도 비교적 뛰어난 갑오징어

2. 갑오징어 특징

뼈의 구조가 상당히 특이합니다.

판이 여러층으로 쌓여 있고, 판 사이에 커튼처럼 구불구불 휘어진 벽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견고하면서도 가공하기 쉽기 때문에 장신구의 베이스로 활용됩니다. 

또한 금속공예를 할 때 거푸집 대용으로 갑오징어 뼈를 쓰기도 합니다. 이를 갑오징어 주물이라고 합니다.

 

갑오징어뼈는 해면질과 백악질로 되어 있습니다. 칼슘성분이 많아 카나리아나 앵무새 등 애완 조류의 먹이나 치약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또는 뼈를 갈아 상처에 바르는 약으로 쓰기도 합니다. 뼈와 몸통 사이의 공간에 물을 빨아들이고 내뿜는 힘으로 이동합니다.

 

그 외에도 알과 먹물 또한 다양하게 이용됩니다.

주로 서해, 남해의 사니질 토양의 해역에서 많이 잡힙니다. 

참오징어라고도 부릅니다. 제주지방에서는 맹마구리로 부릅니다. 서산, 태안, 당진 등에서는 찰배기나 찰박이라 부르고 일본어로는  코이카(甲いか)라 읽습니다.

동북아시아 일대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지역 바다에 분포합니다.

 

서해에서는 가을철 낚시 대상어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배를 타고 하는 선상 낚시, 항구나 갯바위 등에서 하는 워킹 낚시 모두 인기입니다.

 

갑오징어는 여덟 개의 짧은 다리와 두 개의 긴 촉완이 있습니다. 이 다리들 가운데에 입이 있습니다.

각각의 다리와 촉완에는 딱딱하고 거친 빨판이 나 있습니다.

촉완은 눈 뒤에 있는 주머니 속으로 끌어 넣을 수가 있으며 다리는 물체에 몸을 부착시키거나 게나 물고기 같은 작은 동물을 잡는 데에 쓰입니다.

또 특이한 점은, 사냥을 할 때 몸 색깔을 바꾸어 먹잇감에게 최면을 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몸에는 갈색의 가로줄 무늬와 자주색 반점이 있습니다. 햇빛을 받으면 금속성의 광택을 내고, 또한 자주 몸색깔을 바꾸기도 합니다. 몸통은 달걀형태이며 둘레에는 주름 장식처럼 아가미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물을 내뿜어 모래 속에 숨어 있느 게를 드러내 놓기도 하고, 적을 피해 숨기 위해서 먹물을 뿌려 물을 흐리게 하기도 합니다. 동의보감이나 물명고, 물보 등에 따르면 우리말로 오중어, 오증어, 오적이, 오직어 등으로 불렸습니다.

한자어로는  오적어(烏賊魚)가 표준어였습니다.

3. 갑오징어 요리

갑오징어는 다른 오징어에 비해 다리 부분이 꽤 작습니다. 주꾸미 정도 되죠.

이 다리 부분의 맛도 마치 주꾸미 같은 식감입니다. 한편 몸통 부분은 오징어처럼 담백하지만, 그러면서도 두툼하고 부드러우며, 쫄깃합니다.

 

선도가 떨어지는 갑오징어는 볶음 등으로 조리하면 좋습니다. 이때 취향에 따라 몸통 부분과 다리 부분을 각각 다른 시기에 투입하여 익힌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리할 수도 있ㅅ브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남유럽에서는 갑오징어와 유사한 종의 오징어인 칼라마리(Calamari)를 즐겨 먹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튀김, 회, 찜 등으로 다양하게 먹으며, 뼈는 굉장히 쓰임새가 많습니다.

 

갑오징어 뼈는 따로 모아서 새들의 모이나 가공용품 등으로 쓰이는데요. 이때 세척을 제대로 하고, 일광에서 말리지 않으면 오징어 비린내가 심하게 납니다. 

 

4. 애완용으로 기르는 갑오징어

문어나 낙지, 주꾸미 다음으로 애완용으로 많이 키운다고 합니다.

이는 외양이나 무늬가 화려한 종이 많기 때문인데요. 서양에서는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한국에서는 주로 식용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키우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갑오징어는 두족류이고, 생활 사이클이 빠릅니다. 또한 수명이 1년 남짓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다 큰 갑오징어를 사오면 한두 달 안에 죽기 십상입니다.

 

더군다나 육식동물이라서 생먹이만을 먹여야 하는 고충도 있습니다.

 

프페퍼 불꽃 갑오징어라는 인도양-남태평양에서 서식하는 소형 갑오징어가 사육, 관상으로 제법 인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맹독성이라 한국에서는 구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독을 가지고 있는 만큼 흑보라색과 노란색, 핑크색 등의 강렬한 배색을 띄고 있습니다.

또한 위장이나 전신의 변색, 카무플라주 등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를 통해 감정을 드러내거나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프페퍼 불꽃 갑오징어
프페퍼 불꽃 갑오징어

위의 프페퍼 불꽃 갑오징어는 크기가 엄지손가락에서 집게손가락 정도의 소형 사이즈라 한두마리 수준으로 키울 경우 일체형의 미니 해수어 어항에 은신처만 꾸며도 그럭저럭 키울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물맞댐을 한 시간 이상 해주어야 할 만큼, 해수어 나름의 예민함도 가지고 있다네요.

 

그리고 이 갑오징어도 수명이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먹이도 직접 사냥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갑각류를 주어야 합니다. 키우기가 정말 고난도네요...

 

5. 갑오징어의 눈

갑오징어 눈. 동공이 W자나 U자형이어서 먹잇감이 다니는 아래쪽 빛을 더 잘 볼 수 있다./미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
갑오징어 눈. 동공이 W자나 U자형이어서 먹잇감이 다니는 아래쪽 빛을 더 잘 볼 수 있다./미 몬테레이 베이 아쿠아리움

국내의 연구진이 오징어 눈을 모방해 눈부심 없이 원하는 대상만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습니다.

장차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조명 상태에 따라 시각을 조정하고 대상을 포착하고 장애물을 식별하는 데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광주과학기술원 송영민 교수와 서울대 김대형 교수, 부산대 이길주 교수 공동 연구진은 16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갑오징어(cuttlefish)의 눈을 모방해 빛 조건에 상관없이 원하는 사물만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1) 갑오징어의 동공과 망막 구조 모방

갑오징어의 눈동자는 밤에는 사람처럼 동그랗지만, 빛이 많이 비치는 낮에는 W나 U자 모양이 된다고 합니다.

동공이 눈의 중심이 아니라 아래쪽에 있어서 아래쪽 빛을 더 많이 포착하는 것이지요.

덕분에 눈부심을 유발하는 위쪽 빛은 차단하고, 주로 밑을 지나가는 먹잇감을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구형 렌즈 앞의 조리개를 갑오징어의 동공 모양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카메라를 자율주행차에 장착하면 대낮에 위에서 햇빛이 내리쬘 때에도 난반사 없이 앞쪽의 장애물을 더 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갑오징어 특유의 망막구조도 모방했다고 합니다.

갑오징어는 모든 방향을 고르게 보지 않고 관심 있는 특정 영역만을 잘 봅니다. 특히 이동하는 위치보다 약간 낮은 곳에 있는 멋익감들을 주로 살핍니다.

이를 위해 망막에서 아래쪽 빛이 들어오는 중심부의 상단에 줄무늬 형태로 광수용체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송영민 교수는 "카메라도 같은 방법으로 실리콘 광다이오드를 한쪽에 밀집시켰다"고 합니다. 또한"필요한 영역만 고해상도로 관찰하면 전력을 덜 쓰고 영상 처리 속도는 더 빨라진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카메라에 편광 선글라스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태양광은 파장이 다양한 빛이 섞여 있어 사방으로 진동하는데요. 이때 태양광이 어떤 표면에 부딪히면 전기장이 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편광 현상이 발생합니다.

갑오징어의 눈을 모방한 자율주행 카메라
갑오징어의 눈을 모방한 자율주행 카메라

빛이 물에 들어올 때에도 편광 현상이 일어나는데요.

이 때문에 갑오징어도 편광을 구분할 수 있도록 망막에 일종의 편광판에 해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카메라에도 편광 필름을 붙여 사물의 명암 대비를 높이고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갑오징어 모방 카메라는 수평으로 120도까지 움직이는 사물을 추적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또한 "이동형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인공 시각에 적합하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