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를 아랑곳않고 사랑을 나누는 벌레. 바로 '러브버그'인데요.
이 러브버그가 다시 서울에 출몰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도 이맘 때쯤 이상 발생으로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기도 했는데요. 벌레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이 러브버그는 생태계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합니다.
자, 오늘은 러브버그에 대해서 알아보고요. 최근의 이상 발생에 대해서도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1.러브버그란?
사랑벌레(Lovebug)는 털파리과의 우단털파리속에 속하는 파리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성충이 된 이후부터 암수가 함께 붙어 다니면서 비행하거나 먹이를 먹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여러 차례 긴 시간 짝짓기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통칭 '사랑벌레(lovebug)'라고 불립니다.
이 밖에도 '신혼파리(honeymoon fly)'나 얼핏 머리가 2개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쌍두벌레(double-headed bug)'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털파리류는 전세계에 널리 분포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도 자생종이 있습니다. 특히 미국에 서식하는 종(P. nearctica)은 미국 중부와 남부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플로리다주에서는 매년 이 벌레를 방역하는 데에 주민과 주 당국이 커다란 고충을 치릅니다.
미국에 서식하는 우단털파리 '플레시아 니악티카'는 1911년 루이지애나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1940년 이를 보고한 곤충학자 하디(D. Hardy)에 의해 최초로 명명되었습니다.
사랑벌레는 독성도 없고, 인간을 물지도 않고 질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익충으로도 볼 수 있는데요. 이 곤충이 썩은 잡초를 먹어치우고 꽃꿀을 먹어 수분을 돕기 때문에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생김새와 짝짓기를 하며 날아다니는 괴상한 모습, 사물에 날아드는 습성, 수천만 마리가 떼를 지어 대량 발생하는 모습 등이 혐오감을 일으켜 해충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사랑벌레의 문제점 중 하나는 산성을 띠는 내장입니다.
대량으로 몰려 다니며 며칠간 짝짓기를 하다가 죽어버리면, 이때 시체가 부패하면서 드러나는 내장이 주변 사물에 스며들어 한두 시간만 지나도 치우기 어려워집니다.
특히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썩은 부식토 가스로 착각하고 차에 달려드는 습성이 있는데요.
이로 인해 차량에 달라붙어 죽은 시체가 차의 페인트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골칫거리입니다.
2. 러브버그의 습성
전반적인 생김새, 그리고 습성은 검털파리와 유사합니다.
파리과의 다른 곤충처럼 알에서 번데기, 번데기에서 애벌레,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암컷 사랑벌레는 100-350개 사이의 알을 낳으며 주로 썩은 땅의 표면에 알을 낳습니다.
3~4일 후에 부화하고 주변의 썩은 잎이나 쓰레기를 먹으며 애벌레까지 성장합니다.
주로 따뜻한 지역에서는 120일간 애벌레로 유지되는 반면, 추운 지역에서는 240일 정도 애벌레 상태로 보냅니다.
성충이 되면 수컷은 암컷을 만나 3~4일간 날아다니면서 교미를 하고 대를 잇습니다.
수컷은 교미를 끝내면 떨어져 죽고, 암컷은 태어났을 때와 같이 썩은 땅이나 습한 지역에 알을 낳고 죽어버립니다.
사랑벌레가 창궐한 지역 거주민의 목격 증언에 따르면 "서로 꼬리를 붙이고 비행하는 게 아니라, 마치 수컷이 암컷에게 꽂혀서 죽은 채 끌려다니는 느낌에 가깝게 보인다"고 합니다.
역시 가장 눈에 띄는 습성은 서로에게 엉겨붙어 짝짓기를 시도한다는 것인데요.
평균적인 수명은 수컷 3~4일, 암컷은 최대 7일입니다. 하지만 숀 힐이라는 학자는 "수컷이 암컷보다 더 오래 산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론 등으로 정확한 수명은 학계에서 아직도 연구 중입니다.
애벌레 때는 썩은 초목 등을 주로 먹으며, 성충 때에는 여러 꽃의 꿀을 먹습니다.
3. 기타
미국에서는 사랑벌레가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모기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조합하여 만든 벌레라는 괴담이 떠돌아 다닌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L.L. 부시먼이라는 사람이 미국 남동부에서 사랑벌레가 유입된 경로를 설명하며 일축되었습니다.
미믹이라는 영화에서 바퀴벌레를 박멸하려고 흰개미와 사마귀를 유전자 조합한 유다라는 벌레를 만들어내는 내용이 와전된 모양입니다.
이 속설 때문에 모기를 먹는 벌레라는 소문이 돌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5월만 되면 사랑벌레가 기승을 부려, 유튜브 등을 통해 사랑벌레 제거법이 활발히 공유됩니다.
그런데 미국은 반대로 사랑벌레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과학자들이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늘어나도 골치, 줄어도 골치인 생명체인가 봅니다.
방충망도 잘 넘고, 배수구 등의 틈새도 잘 파고든다고 합니다.
4. 다시 한국에 돌아온 러브버그
지난해 여름 수도권의 서북부 지역에 출몰했던 이른바 '러브버그'가 올해에도 대거 나타났다고 합니다.
최근 서울 은평구와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 주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주 들어 러브버그가 다시 나타나 불편하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이달 하루 1~2건에 불과하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이 어제부터 이틀간 800건을 넘길 정도로 폭증하고 있습니다.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파리목 털파리과의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다른 털파리과 곤충과 마찬가지로 보통 암수가 쌍으로 다녀 '러브버그'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해로운 벌레가 아니라 오히려 익충인데요. 생태계 환경 정화에 도움이 되며, 생태계 교란 생물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조건적인 방역을 실시할 경우, 러브버그 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도 해로울 수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입장입니다.
하지만 많은 개체 수와 징그러운 생김새, 그리고 위에서 설명했듯이 산성의 내장으로 인한 차량 피해 등으로 불쾌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자체는 민원이 많은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벌레 퇴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은평구는 "구민 불편 해소를 위해 방역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러브버그가 창문, 유리 등에 붙어있다면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