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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백과] 범고래가 보여주는 '연륜과 가족애'의 위대함

by 석아산 2023.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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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3월 포착된 범고래의 모습.
지난 2019년 3월 포착된 범고래의 모습.

고래는 정말 영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현자'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뛰어난 지능과 감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우리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고, 뇌도 아주 크기 때문에 이런 높은 지능이 가능한 것이죠.

 

그런데 그 중에서 '바다의 킬러'로 불리는 범고래의 높은 지능과 사회성에 대한 소식이 있어서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범고래 무리에서는 나이가 많은 '할머니 범고래'가 수컷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등,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요.

 

마치 인간 세계에서 노인들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처럼, 범고래도 나이 지긋한 개체의 경험에 젊은 범고래들이 많은 의지를 한다는 뜻이겠지요.

 

이 놀라운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범고래는 멋있고 날렵하게 생겼습니다만, 날카로운 이빨과 높은 지능, 빠른 속도, 흉폭한 성미까지 갖춘 바다 최고의 포식자입니다.

 

영미권에서는 범고래를 아예 '킬러 웨일(Killer whale)'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바닷속에서 이렇게 사나운 맹수인 범고래들도, 오랜 기간에 걸쳐 어머니의 보호와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22일 학계에 따르면 수컷 범고래들이 싸울 때 이미 폐경에 접어든 나이 든 어미 범고래가 방어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 엑시터대학 연구팀은 1976년부터 47년간 범고래 무리들 간 관계에 대한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했습니다.

 

흔히 범고래 무리는 나이든 암컷과 그 자녀, 손자들로 구성된 모계 사회라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수컷 범고래가 다른 무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할 때를 제외하면 암수 모두 어미 범고래와 평생을 한 무리 안에서 지냅니다.

 

범고래 개체 하나하나는 어지간한 바다생물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력합니다.

게다가 무리 생활까지 하는 만큼 인간 외에는 범고래의 천적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결국 범고래들이 입는 상처는 주로 범고래 간 놀이나 싸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구팀은 이같은 범고래의 상처를 수치화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수컷이 암컷보다 흉터가 더 많고, 수컷 중에서도 일부 개체가 흉터가 더 적다는 사실에 집중했습니다.

 

놀랍게도 50여년 간 범고래 무리 간 관계를 분석하자 이같은 흉터에 특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수컷 범고래들이 속한 무리에 폐경이 지난 나이 든 어미 범고래가 살아 있으면 흉터가 더 적었던 것입니다.

반면 생식 연령에 있는 젊은 어미 범고래와 함께 지내거나 고아인 수컷 범고래들은 훨씬 더 많은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나이 든 암컷 범고래가 범고래 무리간 사회적 갈등으로부터 자신의 아들들을 보호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 수컷 범고래들 간 싸움에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람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통해 싸움을 중재하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성체 암컷 범고래와 새끼 범고래가 유영하고 있다.
성체 암컷 범고래와 새끼 범고래가 유영하고 있다.

아들과 달리 딸 범고래의 경우에는 이같은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하네요.

어미 범고래가 나이가 들었든, 생식이 가능할 정도로 어리든 암컷 범고래가 가진 흉터의 빈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연구팀은 암수 범고래가 생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암컷은 평생을 한 무리에서 지내고, 그 무리에서 출산을 하면 무리 전체가 새끼의 육아를 함께 책임집니다.

반면 수컷 범고래는 무리를 떠나 다른 무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 그 무리에 자식을 남겨둔 채 원래의 무리로 돌아옵니다.

 

무리의 가장인 늙은 어미 범고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무리가 육아를 하는 책임과 희생을 지지 않으면서도 유전자를 후대에 남길 수 있는 것이죠.

결국 딸 범고래의 자손들은 이미 내 무리 안에서 안전하게 유전자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수컷은 그렇지 못하기에, 아들 범고래들을 보호의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죠.

 

이를 두고 연구팀은 "수컷 범고래 간 싸움에서 어미 범고래가 방어에 나서는 것은 단순한 헌신 때문만은 아니다. 아들을 보호함으로써 아들이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줄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왜 암컷 범고래가 번식기가 지나도 수십년 가까이 더 오래 살아가는 지 이유를 보여준다고 강조했습니다.

번식기 이후에도 수십년 이상의 수명을 갖는 생물은 인류와 소수의 암컷 고래종 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늙은 암컷 범고래는 이렇게 범고래 사회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합니다.

이전의 연구에서는 나이든 범고래들이 무리를 풍부한 사냥터로 안내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사냥감을 나눠주기도 하지요.

이같은 역할과 더불어 무리 간 갈등 중재자 역할까지 하는 만큼 자연적으로 수명이 길어졌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입니다.

 

연구진은 이같은 범고래의 생태 연구에 대해 놀라워하면서도, 범고래의 멸종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찰리 그라임스 엑시터대 고래 연구원은 "지난 수십년 간 인간에 의한 포획과 기후 변화로 서식지가 파괴되며 이른바 '남쪽 서식' 범고래의 수는 73마리 수준으로 급감했다. 향후 50년 안에는 이들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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