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까마귀가 도심이고 농촌이고 많이 늘어나서 여간 골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는 흉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머리가 좋아 여러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데요. 얼마 전에는 공식 골프 대회에서 까마귀가 공을 물고 날아가는 사건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까마귀가 증가한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선 까마귀가 어떤 생물인지 자세히 살펴보고요.
요새 문제가 되고 있는 까마귀 관련 사건사고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1.까마귀란
일단 까마귀는 광의로는 까마귀가 까마귀속의 조류 전체를 말합니다.
협의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분포하는 좁은부리까마귀를 말하죠.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종은 큰부리까마귀(Corvus macrorhynchos)라고 합니다.
도심에서도 연중 흔하게 볼 수 있지요. 그 외에 떼까마귀(Corvus frugilegus), 갈까마귀(Coloeus dauuricus) 등이 있습니다.
떼까마귀는 주로 농촌 지방에 겨울철새로 찾아옵니다. 어찌나 많은지, 하늘이 까맣게 될 정도로 큰 무리를 지어 돌아다닙니다. 겨울에 빈 농지에 떼를 지어 내려 앉아 있는 것도 볼 수 있지요.
갈까마귀는 주로 떼까마귀 무리에 소수가 섞여서 돌아다닙니다. 이 네 종 이외의 까마귀는 희귀합니다. 까치 역시 까마귀과에 포함됩니다. 까마귀처럼 흉폭한 까치...ㅠㅠ
2. 까마귀의 외관
까마귀의 깃털은 흐린 날이나 멀리서 보면 그냥 검은색으로만 보입니다. 하지만 날씨가 좋을 때 가까이서 보면 그냥 시커먼 게 아니라 보라색과 녹색이 섞인 검정색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검은색 바탕에 옅은 보라색, 녹색의 광택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는 카메라의 문제가 아니라 까마귀의 깃털의 미세 구조가 햇빛의 특정 스펙트럼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부리와 다리 또한 검은색이고요. 성체 기준으로 50센티미터 이상 자랍니다. 부리는 짧고 튼튼합니다.
까마귀는 나무 꼭대가 같은 높은 곳에 앉아 울며, 서너 번 연속으로 빠르게 우는 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3. 까마귀의 먹이
까마귀는 다양한 먹이를 먹습니다. 나무열매, 벌레, 육식도 합니다. 까마귀 중 가장 거대한 큰까마귀는 대형 맹금류나 여우, 늑대 같은 포식자를 공격하여 먹이를 강탈하기도 합니다.
이때 까마귀는 협동으로 공격합니다.
둥지는 높은 나무 뿐만 아니라 절벽, 송전탑, 오래된 건물 등 다양한 장소에 만듭니다. 가끔 땅 위에 짓기도 한다네요.
번식기는 2~3월입니다. 서너 개의 갈색 반점이 있는 파란 알을 낳습니다. 암컷이 18~20일 동안 혼자 품고 그동안 수컷이 먹이를 물어다 주지요.
4. 까마귀의 지능
까마귀의 지능은 까치, 앵무새 등과 함께 지존급 지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훈련받은 까마귀의 지능은 6세 아동 정도라고 합니다. 돌고래나 침팬지급이지요. 까마귀는 도구 제작 능력과 문제 해결 방면에서는 넘사벽의 능력을 지녔다고 합니다.
이솝 우화에서 까마귀가 병 속에 든 물을 마시기 위해 돌을 집어 넣어 물이 병 입구 근처까지 수위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에서 실험해 보니 이것이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베티'라는 이름이 붙은 뉴칼레도니아까마귀는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를 만들어 통 속에 들어있는 먹이를 꺼내먹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아시아의 큰부리까마귀도 영리하기로 유명한데요.
호두 등 딱딱한 견과류를 찻길에 놓고, 차가 지나가 으깨면 알멩이를 먹는다고 합니다.
이런 높은 지능은 여러 문제도 일으키는데요. 2018년 일본에서는 까마귀들이 베란다에 걸려 있는 옷걸이를 훔쳐가 전봇대에 둥지를 만들어 정전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는 까마귀들이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도시락을 털어먹기도 하지요.
이런 까마귀의 학습능력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까마귀들이 자발적으로 각종 쓰레기나 동전을 투입하면 그에 맞는 무게의 먹이를 제공하는 까마귀 자판기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원래 다른 새들도 써먹으라고 만든 것이지만 유일하게 까마귀만이 그 메커니즘을 이해했다고 하네요.
까마귀들에게는 이 자판기가 호응이 아주 좋아서 쓰레기가 남아 날 새가 없었고, 그래서 나중엔 쓰레기들이 화폐처럼 사용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까마귀들은 근처 인간이 사는 곳까지 날아와 쓰레기를 주워 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무게에 따라 더 많은 먹이가 나온다는 사실을 습득하여, 넣으라는 쓰레기는 안 넣고 무거운 돌만 넣는 얌체들만 생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5. 흉내내기의 천재
까마귀는 앵무새나 구관조처럼 사람 목소리나 개 짖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따라할 수도 있습니다.
까마귀는 자동차에서 나는 소리 등도 따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약간의 반복 훈련을 시키면 사람과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또렷한 발음의 흉내내기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까마귀는 다른 동물과 협조를 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인간도 포함되며, 사냥감이나 시체가 있는 쪽으로 안내하고서 사냥이 끝나면 남은 것을 주워먹기도 합니다.
까마귀의 부리로는 동물의 가죽을 찢기 힘들어서, 맹수나 맹금류를 호출하기도 합니다.
먹이가 크면 맹수와 까마귀 모두 먹이를 먹을 수 있어서 상생의 방법이죠.
이외에도 큰 동물의 몸에서 진드기를 잡아먹어주거나, 보초를 서주기도 합니다.
지능이 높은 만큼, 은혜를 입으면 그걸 갚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다친 까마귀를 치료하니까 그 사람에게 날아와 애교를 부리는 사례도 있고요. 은혜입은 사람에게 반짝이는 잡동사니를 선물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있고, 그 사람이 길을 가다가 소리를 지르면 근처 사람들이 공격하는 줄 알고 그 다른 사람을 공격하여 은인을 보호하듯이 감싼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높은 지능으로 인해서 의외로 까마귀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6. 까마귀 관련 사건사고
6.1 사람을 공격하는 까마귀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최근 까마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까마귀 여러 마리가 떼로 울어대고, 쓰레기 수거장에 쌓여 있는 쓰레기봉투를 쪼아 내용물을 헤집어 놓아 악취가 진동합니다.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인근 주민 김문순(50)씨는 지난달 23일 길 가던 행인이 까마귀에 머리를 쪼여 피를 흘리면서 119구급대에 실려가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김씨는 "길 가던 사람이 갑자기 날아와 덤비는 까마귀를 피하려다가 넘어졌고, 얼굴은 손으로 가렸지만 까마귀가 머리 뒤통수를 쪼아댔다"고 했습니다.
또한 "내가 까마귀를 쳐다보니까 나한테도 달려들려고 하기에 급히 피했다"고 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허황(72)씨는 "일주일 전쯤 까마귀가 단지 내 나무에 둥지를 틀고 나서 아파트가 시끌시끌하다"고 했습니다.
도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까마귀는 큰부리까마귀입니다.
떼까마귀 등은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큰부리까마귀는 산의 텃새인 까닭에 유해조시가 아닙니다. 그래서 관리 대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일본에서는 큰부리까마귀가 이미 도심에 정착해 적지 않은 피해를 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까마귀가 증가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는 식성이 비슷해 서식지가 겹치는 까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까치는 전통적으로 길조였지만, 곡식과 과일을 먹는 등 농가에 피해를 끼쳐 유해조수로 지정된 데다가 2000년부터는 수렵도 허용되어 숫자가 많이 줄었습니다.
이렇게 까치가 줄어드니 까마귀가 늘어난 것이죠.
특히 5~6월은 큰부리까마귀가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시기입니다. 공격성이 커지는 시기이죠.
노원구 관계자는 "까마귀 관련 민원은 작년까지는 일주일에 1~2번 들어올까 말까였는데 올해는 매일 2~3건씩 들어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높은 나무 위에 있는 둥지를 제거할 때 까마귀가 떼로 달려들기 때문에 섣불리 조치하기도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최창용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는 "큰부리까마귀는 과거 까치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도시에 적응하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 약 8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큰부리까마귀는 천적이 없는 만큼 사람이 나서서 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6.2 골프공 물고 달아나는 까마귀
국내 프로골프 대회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선수권대회에서 생긴 일입니다.
9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KPGA 선수권대회 2라운드 경기 도중에 일어난 일인데요.
여기서 까마귀가 골프공을 물고 날아갔습니다. 이날 가장 마지막 조로 10번홀부터 경기를 시작한 김근우(21)는 1번홀(파4)에서 세컨샷을 앞두고 자신의 공을 가져간 까마귀의 황당한 행동에 마주했습니다.
골프는 야외 스포츠이기 때문에 종종 이렇게 경기 외적인 요인이 방해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골프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룰도 존재합니다.
골프규칙 9조 6항 '외부의 영향이 집어 올리거나 움직인 볼'의 항목인데요.
"외부의 영향이 플레이어의 정지한 볼을 집어 올리거나 움직인 것을 알고 있거나 사실상 확실한 경우 페널티는 없으며 그 공은 원래의 지점에서 리플레이스 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김근우의 경우 까마귀가 공을 물고 날아갔기 때문에 벌타 없이 제자리에 공을 놓고 플레이를 재개하면 됩니다. 김근우는 경기 위원에게 까마귀가 공을 물어갔다고 설명했고, 같은 조에서 플레이를 한 선수들 역시 까마귀의 골프공 '도둑질'을 목격했기에 벌타 없이 당초 위치에 공을 놓고 경기를 재개했습니다.
까마귀의 골프공 '도둑질'은 이날 오전에 경기를 한 고인성(30)에게도 일어났습니다. 5번홀(파4)에서 세컨샷을 하려던 볼을 까마귀가 훔쳐갔습니다. 고인성 역시 동반 플레이어의 사실 확인으로 벌타를 받지 않고 그 자리에 다른 공을 놓고 경기를 재개했지만 흐름이 끊기면서 적잖은 피해를 봤습니다.
KPGA 투어에서 이와 비슷한 일은 이따금 일어났습니다. 1999년 충북 진천군 천룡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선수권대회 때 페어웨이에 떨어진 볼을 까마귀가 물고 간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