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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백과] 할머니가 손주 죽인다는 '미어캣'에 대해서

by 석아산 2023. 7. 14.

미어캣
미어캣

진짜 귀여운 저 동물은, 유명한 '미어캣'입니다.

 

그런데 미어캣에는 무리의 우두머리 할머니가 집단의 출생을 통제한다고 하는데요. 

참으로 기이한 습관을 가지고 있군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미어캣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제가 미어캣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일단 미어캣의 일반적 정보에 대해서 알아보고요. 출산을 통제하는 습관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지요!

1. 미어캣이란?

동물계 척삭동물문 포유강 식육목, 고양이아목의 몽구스과에 속하는 육식성 포유류를 말합니다.

주로 남아프리카에 서식합니다.

 

1974년 남아공의 호프필드에 있는 홍적세 초기 180만년 전 퇴적층에서 수리카타 메이저라는 멸종된 미어캣 화석이 발견된 적이 있습니다. 

일어나서 경계하는 미어캣들
일어나서 경계하는 미어캣들

2. 미어캣의 특징

미어캣은 보통 20~30마리, 때론 최대 50마리가 모여 집단생활을 합니다.

그들은 여러 입구와 통로가 얽혀 있는 굴 속에 서식합니다. 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낮에는 굴에서 나와 돌아다닙니다.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 햇볕을 쬡니다. 두 발로 서 있는 행동은 천적을 경계하기 위해 보초를 서는 행동이기도 합니다. 

 

새끼는 여왕만이 낳을 수 있습니다.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무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끼 암컷이 번식이 가능해지는 나이(3살 정도)가 되면 여왕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무리에서 쫓아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왕이 새끼를 낳고 나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다시 무리로 불러들여 유모로 쓰기도 한답니다.

이때 암컷이 새끼를 가지게 되면 주저없이 내쫓습니다. 

 

미어캣은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같은 집단 내의 유대감이 강합니다.

뚜렷한 위계 질서 속에 활발하게 상부상조를 합니다. 특히 새끼에게 보이는 헌신은 유별나다고 하네요.

미어캣은 여왕이 새끼를 낳으면 무리 내의 암컷들이 유선이 함께 발달합니다. 따라서 동시에 여러 암컷이 젖을 분비하여 자기 새끼가 아님에도 젖먹이를 합니다.

 

먹이는 쥐 등의 소형 포유류나 뱀, 곤충 및 전갈이나 거미 등입니다.

미어캣은 전갈이나 거미의 독에 면역이 있습니다.

또 몇몇 독사의 독에도 면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독사에게 물린 한 개체가 이틀 동안 독을 버틴 후 얼굴에 흉터만 남긴 채 무사히 완쾌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땅을 파서 먹이를 찾는 습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호기심이 왕성한 동물입니다.

수십년 간 연구가들이 이들을 촬영하고 관찰하러 왕래하다보니,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무리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미어캣
미어캣

3. 애완동물로서의 미어캣

사이테스(CITES) 1급이 아니라서 개인사육이 가능합니다.

외모와 행동이 귀엽다는 이유로 반려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다만 야생 미어캣이 아닌, 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미어캣을 입양해야 합니다.

 

동물원 미어캣은 어릴 때부터 사람의 손을 타서 주인을 주인으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야생의 미어캣은 경계심이 강하고 공격성도 강합니다.

 

미어캣은 새끼일 때 핸들링, 서열 교육을 반드시 해줘야 한다고 합니다. 새끼 때 주인이 더 높다는 서열 인식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주인을 무시하거나 반항하고 물고 하는 공격성을 보입니다.

그러나 서열이 잘 잡힌 미어캣은 주인에게 의지하며 애교도 잘 부리고 배도 기꺼이 보여준다고 하네요.  

 

열대성 동물인 미어캣은 체지방이 적기 때문에 하루에도 끊임없이 먹어대야 합니다.

피부가 얇고 잔털이 거의 없어 한국의 겨울에 꼼짝없이 얼어죽기 때문에 사람이 반드시 돌봐줘야 합니다. 

 

이렇다보니, 미어캣을 키우는 사람들은 귀여운 것 말고는 도저히 장점이 없다고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평범하게 개나 코양이를 키우는 것이 낫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에서 미어캣 몇 마리로 시작하여 몇 대째 후손들을 낳다보니 미어캣을 수십 마리나 키우는 유튜버도 이런 의견을 보입니다.

이 사람은 지방에서 단독 사무소에서 키우고 고기나 달걀, 심지어 말벌집까지 털어 말벌과 애벌레 등을 주면서 키우고 있습니다. 

이 사람 영상을 보면 미어캣들이 아주 시끄러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넓은 고립된 부지에서 키우는 데에도 이 유튜버가 미어캣은 귀엽다는 것 외에는 장점이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키우려면 심사숙고한 뒤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미어캣은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배변 훈련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몸집도 워낙 작아서 어디에 배변을 해놨는지 항상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벽에 스며들거나 굳어서 낭패를 봅니다.

 

워낙 하루에도 몇 번씩 밥을 먹어 배변도 그만큼 자주 봅니다. 보통 고양이 사료를 먹는 편인데 땅굴을 파 살면서 벌레를 잡아먹는 습성 때문에 사료를 헤집어서 먹는 편입니다. 따라서 식사 후에 여기저기 사료가 흘려 있어서 청소를 해주어야 합니다.

 

열대성 동물이기 때문에,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곳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전기장판이나 온열등, 난방을 항시 켜놓아야 하기 때문에 난방비가 많이 듭니다. 

밈_미어캣은 속았습니다
밈_미어캣은 속았습니다

4. 밈 - 미어캣은 속았습니다.

눈물 때문에 화장이 번진 듯한 위의 웃기면서도 아련한 표정의 짤로 유명합니다.

한 다큐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영상 속의 바람까마귀는 천적이 나타나면 신호를 주는데요. 처음에는 정말로 맹금류가 나타났기에 신호를 줬지만, 이후에는 거짓 신호를 줬습니다.

 

이에 미어캣이 도망가고, 그들의 먹이를 가로채갔지요.

요약하자면 사기를 당한 것인데요. 심지어 짤 뒤로도 한 번 더 속습니다.

바람까마귀의 사기를 알아차린 미어캣이 까마귀의 경고를 무시하자 이번에는 보초 미어캣의 울음소리를 모방합니다. 이렇게 가짜 경고를 내고 또 먹이를 가로채는 것이었는데요.

 

이렇게 자연에서 속고 속이는 군비 경쟁 진화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람까마귀는 전체 먹이의 약 20%를 이런 식으로 미어캣을 속여서 획득한다고 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미어캣을 속이면 미어캣이 알아채고 공격하기 때문에, 멀리 떨어진 다른 미어캣 무리로 이주해 사기 행각을 이어나간다고 하네요. 

네덜란드 박물학자 로버트 제이콥 고든이 1777년 그린 미어켓 삽화.
네덜란드 박물학자 로버트 제이콥 고든이 1777년 그린 미어켓 삽화.

5. 출산을 통제하는 미어캣

미어캣은 사회적 동물임은 미리 말한 바 있습니다.

인간도 사회적 동물이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의 우두머리는 '암컷'이라는 점입니다.

힘도 세고 덩치가 큰 암컷 한 마리가 수컷과 암컷들을 모두 거느리고 삽니다.

 

이들에게는 철저한 규율이 있습니다.

심지어 출산까지 두목에 의해 통제 받습니다.

만약 어느 암컷이 리더의 허가를 받지 않고 출산했다면, 그 아이의 안전은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두목은 새끼를 죽이는 것을 넘어, 잡아먹기도 합니다. 

 

미어캣은 지구상에서 가장 동족을 많이 살해하는 포유류 중 하나라고 합니다. 미어캣 다섯 마리 중 한 마리는 동족에게 살해당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입니다.

 

암컷 두목은 언제나 자기 마음대로 출산을 할 수 있습니다. 두목은 자신의 통치 기간에 자신을 뺀 어떤 암컷도 번식하는 꼴을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두목과 부하들은 또 모녀관계이기도 합니다. 미어캣의 그룹 대부분의 암컷은 두목의 새끼들로 구성된 것입니다.

두목은 자기 딸들의 출산을 제어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손주까지 잡아먹는다는 의미인데요. 결국 손주를 극도로 혐오하는 할머니인 셈이 되네요. 

 

정작 할머니 본인은 마음껏 관계하면서 출산을 자행합니다.

그리고 그 새끼들의 보육은 자기의 자녀 미어캣들에게 시킵니다. 다 큰 미어캣 딸들이 늦둥이 동생들을 돌보느라 시집도 못 가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 새끼 죽이는데 왜 어미 미어캣은 가만히 있나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할머니가 손주를 죽이는데 엄마는 왜 그저 잠자코 보고만 있을까요. 미어캣의 모성이 부족한 것일까요.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일단 미어캣의 세계에서 자기 새끼를 죽이는 두목 암컷에게 저항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두목은 물리적으로도 가장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우선 힘에서 밀립니다.

 

더구나 우두머리 자리에 오른 미어캣의 암컷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되어 몸집이 더욱 커집니다.

 

안 그래도 '센 엄마'인데, 두목이 된 이후에는 더욱 강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른 미어캣에게 반항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과학자들이 두목인 암컷의 남성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더니 심지어 그냥 수컷보다 높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어캣 세계에서만 발견된다고 합니다. 

 

부하이자 딸인 미어캣의 암컷이 잉태를 하게 되면 끝없는 괴롭힘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먹이를 안 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다음에는 엉덩이를 때리거나 생식기를 무는 등의 가학행위를 합니다.

가까스로 버티더라도 결국에는 조직에서 추방 당합니다. 

 

저렇게 핍박당하느니 나가는 게 낫겠다... 싶겠지만, 사막은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추방 당하면 결국 이리저리 떠돌다가 죽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따라서 복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출산한 부하 미어캣...유모로 살아남다

최근 한 암컷 미어캣이 두목 몰래 아이를 가진 사례가 발견된 일이 있었습니다.

여족장은 자기 손주임에도 가차없이 죽여서 먹어버렸습니다.

 

어미는 추방 위기에 놓였는데요. 그러나 그는 가까스로 조직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두목이 낳은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는 조건이었지요.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두목의 자식이자 자신의 형제자매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왜 두목 할머니는 금지옥엽 새끼를 죽였나

그렇다면 미어캣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요.

미어캣 암컷 두목의 손주 살해에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종족의 생존' 때문이지요. 

 

미어캣의 서식지인 아프리카 남부 칼라하리는 동식물이 살기 척박한 땅입니다. 

먹이는 적고, 포식자는 많은 땅이지요.

 

이곳에서 무작정 새끼를 낳았다가는 단체로 몰살을 당할 수 있습니다.

크기도 작고, 힘도 약한 미어캣 집단으로서는 우월한 '알파 암컷'만 새끼를 낳게 하는 게 진화적으로 이득인 셈입니다.

이것이 두목 암컷이 무리의 출산을 통제하는 배경입니다. 

 

나머지 개체들은 이 우월한 암컷과 그 새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보초를 서거나, 두목 새끼의 젖을 먹이며 삶을 살아갑니다. 미어켓 암컷 우두머리의 독재에는 환경적인 악조건이 영향을 미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