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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뱀의 독 안에서도 살아가는 '더 독한 박테리아'

by 석아산 2023. 5. 1.

검은목 코브라(black-necked spitting cobra)의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검은목 코브라(black-necked spitting cobra)의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 세상에서 '생물의 독'하면 '뱀의 독'을 생각할 만큼 각종 뱀은 다양한 독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독 안에서 살아가는 미생물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실제로 이러한 박테리아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신기한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뱀독은 사람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생명체에게 치명적입니다.

이렇게 뱀독은 독성물질을 혼합해서 자신의 독을 독니에 저장하는데요. 

이런 뱀독의 특성 때문에 항생제나 항암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일찌감치 뱀독이나 거미 독 같은 생물학적 독성 물질을 연구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치명적인 세균이나 암세포 등을 파괴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연계의 독을 연구하던 학자들을 당황케 하는 의외의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아주 극소량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치명적인 독 안에서, 그 영향을 받지 않고 아주 잘 살아가는 박테리아를 발견한 것입니다.

 

과거 과학자들은 뱀에 물렸을 때 상처에 감염되는 세균의 정체를 뱀 피부에 있던 새균이거나 또는 뱀의 구강 세균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뱀독에 본래부터 살고 있던 세균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노섬브리아 대학과 바이오 스타트업인 베놈테크의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독을 지닌 독사인 검은목 코브라(black-necked spitting cobra, 학명 Naja nigricollis)의 독에서 엔테로코쿠스 페칼리스 (Enterococcus faecalis)균의 새로운 균주를 분리해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이 세균의 믿을 수 없는 독 적응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독 내성에 관련되어 있는 여러 쌍의 유전자를 파악, 보고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1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270만 건의 독사 물림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75%의 환자가 상처 부위 감염을 겪는데요.

감염 세균 중에 상당수는 이렇게 독에서 살고 있는 세균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연구는 부족했죠. 따라서 이번 연구는 새로운 독 내성 균주를 분리하고 유전자를 최초로 분석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연구팀은 독에서 살 수 있는 슈퍼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가 뱀 물림 사고 후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세균의 항생제 및 독성물질의 내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독성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세균의 탁월한 적응 능력이, 언젠가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