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저는 새가 진흙이나 그런 것으로 목욕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진드기나 기생충을 떼기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개미 군체 안으로 들어가서 목욕하는 새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네요!
너무나 신기합니다~
자, 그럼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일개미로 바글바글한 개미집. 분주하게 움직이는 작은 개미들 사이로 단체 손님이 찾아옵니다.
바로 물까치인데요.
저 위 사진에 나온 것처럼 검은 머리와 흰 몸에 하늘색 꼬리를 가진 텃새입니다.
물까치는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태어난 지 1년 된 자녀새가 부모새의 육아를 돕기도 하는 똑똑한 녀석들이죠.
물까치의 가족이 개미집을 방문한 것은, 바로 목욕을 하기 위해서인데요.
그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날개와 꼬리를 땅에 닿도록 길게 폅니다.
그리고 개미가 몸에 올라오도록 놔두는데요. 이 개미들은 물까치의 몸에 기어올라와서 포름산(개미산)을 쏜다고 합니다.
이 포름산에는 소독과 항균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물까치는 마치 사람이 바디워시를 몸에 바르듯 포름산으로 샤워를 합니다.
이는 지난 9일 한국조류학회지의 최신호에 실린 '국내 산새류 4종의 개미목욕 사례 보고'에 나온 내용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경기 양평군에 있는 한 불개미 동지에서 이처럼 물까치 7마리가 함께 개미 목욕하는 모습이 확인했습니다.
물까치 가족은 부리에 개미를 물고 깃털에 직접 문지르거나 이따금 한 번씩 개미를 먹기도 했습니다.
이는 새가 개미 목욕을 할 때 보여주는 전형적인 행동들입니다.
물까치 외에도 같은 날에 멧새가 포착되었습니다.
또한 2018년에는 강원 횡성군에 있는 한 불개미 둥지에서 어치와 큰부리까마귀가 개미목욕하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국내에서 조류가 개미로 목욕하는 모습이 공식적으로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새가 개미로 목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가설로는, 깃털과 피부에 기생하는 진드기와 이 등을 퇴치하거나, 개미산을 소모해 소화하기 쉬워진 개미를 먹기 위해서라는 것이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습니다.
개미 목욕은 가려우면 긁는 것처럼 본능적인 행동으로 여겨집니다.
사람 손에서 자란 새도 개미 목욕을 한 사례가 보고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다만 물까치처럼 사회적인 종은 개미 목욕을 하기 좋은 개미 종류와 장소를 고르는 방법을 다른 개체로부터 학습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새들이 주로 이용하는 개미 종으로는, 홍개미와 흑개미 등이 있습니다.
이들 종은 전국에 걸쳐 분포하고 뚜렷하게 구별되는 개미집을 만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는 새 입장에서 봤을 때 눈에 확 띄는 '목욕탕'인 것이지요.
똑똑한 새만 개미 목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으로 200종 넘는 조류가 개미 목욕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최창용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아주 많은 분류군에서 (개미목욕)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에 지능 높은 새가 주로 개미목욕을 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