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충식물은 정말 특이합니다.
식물인데... 마치 동물처럼 육식도 하지요. 어떻게 식충식물은 이렇게 진화를 한 것일까요.
저 위 사진은 트리피오필룸 펠타툼이라는 식충식물인데요. 과학자들이 저 식물을 연구하여 왜 이들 식물이 '고기'를 섭취하게 되었는지를 밝혀내었다고 합니다.
오늘 식물백과 시간에는 '식충식물' 전반에 대해 알아보고, 저 트리피오필룸 펠타툼 연구에 대해서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식충식물이란
순우리말로 '벌레잡이 식물'이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이지요.
종류에 따라 서식지는 사막이나 사바나, 열대우림, 물 속 등 아주 다양합니다.
온화하고 습도가 높은 우리나라 남부 늪지대에도 토종 끈끈이주걱이나 끈끈이귀개 등이 소수 서식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는 베네쉘라의 테이블 산이 서식지로 유명한데요.
강수량이 엄청난 데다가 그 물이 바깥으로 다 흘러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기물, 유기물 할 것 없이 다 씻겨나가는 아주 척박한 환경이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식충식물로 진화한 식물 말고는 대부분 사라졌다고 합니다.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특징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보통 식물에 비해 위협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키우는 사람들도 그런 멋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생장하기에 너무나 척박한 환경에 서식하다 보니, 벌레라도 잡아서 인과 같은 무기질 및 영양분을 보충할 필요가 있어서 이런 식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식충식물도 꽤 다양하기 때문에, 제법 예쁘거나 귀엽게 생긴 것들도 많습니다.
식충식물은 벌레만 먹는 것이 아니라, 광합성도 필요로 합니다. 벌레를 먹는 것은 만성적으로 부족한 질소화합물을 보충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열량을 얻고자 하는 이유는 아닌 것이죠.
2. 벌레잡이 메커니즘
식충식물은 생존을 위해 여러가지 포충 기관을 발달시켰습니다.
포충기 내부에는 분비샘조직이 발달해 있어서 여기에서 단백질이나 핵산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와 산 등을 분비합니다.
포충 기작(메커니즘)은 보통 포획형, 포충낭형, 끈끈이형, 함정문형, 유도형 5가지로 구분합니다.
2.1 포획형
포획형(包獲形, snap trap)은 먹이가 가까이 왔을 때 잎을 빠르게 접어서 먹이를 잡는 방법입니다. 파리지옥이 유명하지요.
이 포획형 덫을 가진 것은 파리지옥(Dionaea muscipula)과 벌레잡이말(Aldrovanda vesiculosa) 2종류 뿐이라고 합니다.
벌레잡이말은 물속에 서식하고요. 물벼룩 같은 수서 무척추 동물을 잡아 먹습니다.
파리지옥은 육상에서 파리나 거미를 잡아 먹지요.
이들은 공통 조상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함정도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요. 하나의 함정은 하나의 잎이 변형된 것입니다. 이들의 잎은 둥글고 가장자리에 가시가 나 있습니다.
가운데의 주맥을 중심으로 잎의 양쪽이 조개처럼 오므라들어 닫힙니다.
파리지옥은 함정 안 쪽에 예민한 감각털이 잎 양쪽에 3개씩 있습니다. 감각털을 건드리면 벌어져 있던 잎이 닫히지요.
감각털에 자극을 주면 감각털 아래쪽의 세포막에 있는 이온채널이 열려 칼륨이온이 세포 밖으로 이동합니다.
세포 내외의 칼륨 이온 농도의 변화로 전위차가 생기는데, 일정 수준 이상의 전위차가 생기면 주맥에 있는 세포를 길게 뻗게끔 합니다. 그리고 칼륨이온이 주맥 쪽으로 이동하여 이온과 함께 주변세포에서 주맥 쪽으로 물이 유입되어 길쭉하게 늘어나다가 결국 구부러져 덫이 닫히게 됩니다.
이 모든 전체 과정이 1초 이내에 이루어집니다. 함정이 닫히기 위해서는 1.5~30초 사이에 자극을 2번 주어야 합니다.
덫에 걸린 곤충이 저항하면 파리지옥은 자극을 받아 잎의 내부 표면을 부풀립니다.
잎이 닫힌 직후에 감각털에 자극이 없거나 먹이감이 없으면 몇 시간 뒤에 다시 잎이 열립니다.
파리지옥은 이러한 간단한 복원 작용을 통해 빗방울이나 모래 때문에 불필요하게 잎이 닫히는 것을 막습니다.
잎은 처음에는 곤충이 도망가지 못할 정도로만 살짝 닫혔다가, 감각기관에서 단백질을 감지하면 꽉 조입니다.
이 잎 속에서 동물의 위장처럼 소화액이 만들어져 먹이를 1~2주 동안 소화합니다.
2.2 포충낭형
포충낭형(包蟲囊形, pitcher or pitfall)은 주머니형태로 변형된 잎 속에서 먹이를 소화효소나 공생세균의 활동에 의해 소화하는 식충식물입니다.
보통 포충낭의 내벽은 왁스층으로 덮여 있어 미끌미끌합니다. 곤충이 미끄러지기 십상이지요.
안토시아닌 색소로 포충낭이 꽃같이 보이게 하거나, 포충낭 입구에서 당분을 분비해 곤충을 유인합니다.
유인된 먹이는 공생세균이 소화하거나 자체적으로 소화액을 분비하여 소화를 합니다.
2.3 끈끈이형
끈끈이형(Flypaper trap)은 끈끈한 액체(점액)를 분비하여 먹이를 잡는 식충식물입다.
끈끈이형 식물의 잎은 털로 덮여 있습니다. 그런데 이 털에서 점액이 분비됩니다. 벌레잡이제비꽃의 경우 털이 짧고 잎의 움직임이 없지만, 끈끈이주걱의 경우는 털이 길고 잎이 움직이기도 합니다.
2.4 함정문형
통발(Utricularia) 종류는 이름 그대로 통발(물고기를 잡기위한 도구의 일종)처럼 생긴 함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함정은 뚜껑이 달린 작은 주머니 형태입니다.
뚜껑에는 한쌍의 긴 감각털이 있어서 물벼룩 수생 무척추동물이 접근하여 건드리면 뚜껑을 닫아 버립니다.
뚜껑이 닫히는 것은 이온의 이동과 관련됩니다. 주머니 내부의 이온을 바깥으로 빠르게 퍼내면 물이 같이 이동하여 주머니 안이 일종의 진공 상태가 됩니다.
이 때문에 바깥쪽에서 물이 주머니 안으로 유입됩니다. 이 물과 함께 먹이가 같이 휩쓸려 가면서 뚜껑이 닫히게 되는 것이지요.
2.5 유도형
겐리시아 속에서 나타나는 수동적 포충낭형으로 뿌리가 없는 대신 'Y'자형의 포충낭(잎의 변형)이 뿌리역할을 합니다.
미생물이 포충낭에 들어오면 안쪽을 향하여 나 있는 선모를 따라서 보충낭의 깊은 쪽으로 유도되어 소화가 됩니다.
분비샘 세포가 호화액 분비와 흡수를 동시에 합니다.
유도형 또한 함정문형처럼 안쪽에 진공이 걸려서 먹이가 이동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3. 트리피오필룸 펠타툼의 경우
생명체는 절박한 상황에 처하면 이전에 하진 않던 행동을 하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허기가 지면 평소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음식도 찾고는 하죠. 이것은 생명체의 본능적 자구책입니다.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트리피오필룸 펠타툼(Triphyophyllum peltatum)이라는 이름의 덩굴식물은 특정 상황에서 식충식물로 변신해 육식을 합니다. 이렇게 한시적, 간헐적으로 식충식물이 되는 식물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요.
독일 라이프니츠 하노버대 과학자들이 재배 실험을 통해 비로소 그 수수께끼를 풀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이 식물이 영양 결핍이라는 절박한 상황에 처할 경우, 평소에 먹지 않던 곤충을 잡아먹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식물은 췌장암과 백혈병, 말라리아 등의 질병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과학자들의 관심이 높은 식물이기도 합니다.
트리피오필룸 펠타툼은 서아프리카 열대우림에 서식합니다.
연구진은 온도, 영양소 등을 달리한 여러 영양 환경에서 이 식물 수백그루를 키우면서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평소엔 다른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보충하던 이 식물은, 인 성분이 결핍될 경우 식성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양한 실험 조건 중 유일하게 인이 결핍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끈끈한 잎을 만들어 곤충을 잡아먹는 것이었지요.
식충식물로 변신하는 기간은 성장 단계마다 달랐습니다.
어린 잎의 경우, 인이 결핍된 새싹의 67%에서 분비샘 선이 선명한 선엽이 한 개 이상 생겨났습니다.
선엽은 처음엔 잎 끝이 둥글게 말리는 것이 특징이며, 1~2주 후 분비샘에서 끈적한 액체를 분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액체 분비는 1~2개월 지속되었다고 하네요.
3.1 비에 영양분 소실되자 나온 자구책
인은 생명의 6대 필수 원소(CHONSP=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가운데 하나이자 질소, 칼륨과 함께 비료의 3대 요소로 불릴 정도로 식물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유전 정보가 들어 있는 DNA나 에너지 기본 단위인 아데노신3인산(ATP), 그리고 세포막을 이루는 인지질 모두에 인이 들어갈 정도로 중요하죠.
하지만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토양에서 이 인이 모두 씻겨 내려갑니다.
연구진이 이 식물을 다른 성장 환경으로 옮기자, 곤충 포획용 땀샘이 없는 새 잎이 나왔습니다.
연구를 이끈 트라우드 윙켈만 교수는 "식물을 유리온실로 옮겼을 때 영양 결핍이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질소 결핍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9월에 적도 몬순 비가 끝날 무렵 영양분, 특히 인이 고갈되는 산비탈 서식지에서 육식은 이 식물이 생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육식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