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저 사진을 보면, 오리가 박스 밖으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는데요.
다행히도 저 사진은 오리를 산 채로 배송하는 장면이 아니라, 어디선가 길 잃은 오리가 튀어나와 잠시 저렇게 수용해 둔 거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 사진을 보니, 문득 반려동물 전성시대에 이 동물들이 어떻게 운송되는지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좀 알아보았습니다.
의외의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요... 한번 보시죠!
일단 저 사진 등을 언론에서 택배업계에 문의한 결과, 이 오리는 '배송'되는 택배물품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택배업계 종사자가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해당 사진을 올린 기사가, "전날 터미널에 있던 오리가 사라져서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해서 오리를 찾았다"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오리가 풀숲에서 꽥꽥거리며 걸어 나오길래 상자에 넣어뒀고, 배송은 아니다"라는 내용이 올라왔던 것이죠. 택배업계 관계자도 "국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가 아니고, 머리가 나와 있으면 운송을 못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당연히 생물 배송에도 어떤 규칙이 있겠죠? 어떤 택배회사에서 저렇게 포장한 살아있는 동물을 배송해 주겠습니까~
그런데, 살아있는 동물을 택배로 운성하는 것이 과연 '불법'일까요, '합법'일까요.
만약 이 동물을 '농장'에서 보낸 것이라면 동물보호법상 동물 운송 규정이 정해져 있어서 '불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보냈다면 운송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등의 6종이 '반려동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들 종에 대해서는 판매자-구매자 간의 직거래나 법이 정한 동물운송업자를 통해서만 배송할 수 있습니다. 운송업자가 지켜야 할 조건들은 법으로 정해져 있죠.
하지만 그 이외의 조류, 파충류, 곤충 등 다른 종들은 법망에서 벗어나 있어 보완이 필요합니다.
만약 오리가 사진과 같은 상태로 운송된다면, 오리는 결박되어 배송되는 것이므로 스트레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상 '학대'는 물리적인 상해 범위에 그칩니다. 그래서 저렇게 배송되더라도 오리가 다치지 않는 이상 별도로 제지할 법적 근거가 딱히 없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보호법은 '학대'를 질병 유발, 신체에 고통 등 결과 위주로 규정하고 정신적 고통에 관한 규정은 없다"라며 "운송은 대표적인 동물의 스트레스 요인이라서 전달 규정을 정하는 것과 별개로, (사진과 같이 운송된다면) 동물 학대로도 볼 수 있는 규정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민법에 따르면 동물은 여전히 '사물'로 취급됩니다.
지난 4일 여야는 임시국회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할 민법 개정안을 우선으로 심사하는 데 합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민법 개정안은 통과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에 지난 27일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 15개 단체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대표는 "민법에서 동물과 물건을 구별한다면 이 내용을 근거로 동물보호법을 강화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 있다"라며 "민법 개정안 통과 이후 실질적인 동물 보호 효과를 위해 관련 법을 추가로 개정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말 동물에게 쓸데없는 고통을 주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