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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동물백과] '기린'이 동물 뼈를 씹어먹는다고?

by 석아산 2023. 7. 10.

뼈를 씹어먹고 있는 기린
뼈를 씹어먹고 있는 기린

오늘 기린이 때로는 동물 뼈를 씹어먹는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대표적인 초식동물인 기린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네요.

 

기린은 그 엄청난 길이의 목과 더불어 커다란 덩치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진기한 동물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이런 기린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지요.

1. 기린이란?

기린이란 우제목 기린과의 포유류입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목이 긴 초식동물입니다. 총 1속 1종이 존재하는 단일종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으로 인해 총 4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아프리카기린, 로스차일드기린, 그물무늬기린, 마사이기린, 앙골라기린, 남아프리카기린 등의 아종으로 나뉩니다.

현존하는 종 말고도, 멸종해 버린 기린도 있습니다.

그 중 한 종은 발견되는 지역이 매우 넓어, 말라위와 차드, 터키에 이르기까지 넓은 서식 영역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린
기린

가장 가까운 친척은 같은 과에 속한 아프리카의 초식동물 오카피입니다. 

현재 기린의 개체수는 30년 만에 40퍼센트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코끼리보다도 수가 적어 2016년에 IUCN에 의해 멸종 취약종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기린은 목이 긴 육상동물로서 또 가장 큰 반추동물이기도 합니다.

수컷은 키가 4.9미터~ 5.5미터이며 몸무게는 1700킬로그램까지 나갑니다.

암컷은 보통 수컷보다 약간 작습니다. 몸 색깔은 대개 주황색이 도는 갈색, 적갈색, 또는 검은색의 패치 모양 얼룩이 크림색이 도는 엷은 황색의 그물로 인해 구획되어 있습니다.

기린은 사슴 또는 소와 생물학상 관계가 있습니다.

 

2. 이름의 유래

'Camelopardalis'라는 종 이름의 뜻은 "낙타와 표범을 닮은"이라는 뜻입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기린을 낙타와 표범의 교잡종이라고 생각해서라고 합니다. 반면 'Giraffe'라는 영명은 페르시아어로 '피리'와 '다리'라는 단어의 조합으로부터 기원한답니다.

 

동양권에서는 상상 속의 동물인 기린과 같은 이름을 씁니다. 

중국 명나라의 무슬림 환관 정화가 이끄는 해상 원정대와 관련이 있는데요.

원래 동아프리카의 말린디 왕국(지금의 케냐)에서 새로 즉위한 벵골국의 술탄에게 선물한 기린을 벵골의 술탄이 대선단을 이끌고 나타난 정화에게 바쳤습니다.

명나라에서 잡아온 기린
명나라에서 잡아온 기린

당시 소말리아어로 이 동물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게린(Gerin)'이었다고 합니다.

모습과 이름의 유사성으로 인해서 정화의 함대는 이 동물을 기린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정화의 함대는 영락제가 자신의 권위를 뽐내기 위해 파견한 것이었는데요.

성군이 나타났을 때 등장한다는 기린을 발견한 것은, 황제에게 아부하며 보고하기에 아주 좋은 것이었습니다.

 

이어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져 이 명칭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정작 기린이라는 이름을 붙인 중국에서는 이 동물이 전설의 동물이 아닌 것을 깨닫고 이제는 '목이 긴 사슴'이라는 뜻의 長頸鹿(长颈鹿, 장경록)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3. 기린의 몸

기린은 몹시 큰 키와 길다란 목으로 유명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180센티미터의 키를 자랑합니다. 성체의 경우 키는 3.5~5미터 정도이며, 수컷의 평균적 무게는 1.2톤, 암컷의 평균적 무게는 830킬로그램에 달합니다.

 

목이 길지만 목뼈의 개수는 사람과 동일하게 7개입니다. 단지 목뼈 하나의 길이가 길 뿐입니다.

목이 길어 울음소리를 못 낸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주 드물게 울기도 한답니다. 몇 십 년에 한 번 들을까 말까한 수준이라는데요. 소 울음소리와 흡사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기린은 길다란 목을 타고 거슬러 올라가 뇌에 혈액을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 선천적 고혈압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략 그 혈압이 280/180이라는 엄청난 수준입니다.

그래서 머리를 땅에 오랫동안 가까이 하고 있으면 뇌졸중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기린은 중력에 반해 뇌까지 엄청난 혈압으로 피를 쏘아올리다시피 하여 혈액을 공급하기에 이 고혈압은 숙명과 같습니다.

고개를 숙였을 때 혈압은 그대로인데 반해 중력이 작용하지 않아 뇌가 말 그대로 터지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요. 기린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전략을 진화시켰습니다.

첫 번째는 특이한 모양으로 변하는 동맥입니다. 뇌로 향하는 동맥이 기린이 고개를 숙일 때 대나무 가운데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은 형태로 변합니다. 동맥이 마치 판막이 있는 정맥처럼 변함으로써 뇌로 향하는 혈압을 줄입니다. 

 

둘째는 뇌 근처에 비어있는 미세혈관 뭉치가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그곳으로 피가 들어가 혈압을 낮춰줍니다. 

 

후두는 잘 발달되어 있으나 미주신경의 구조상 먼 거리를 돌아야 해서 발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 미주신경의 일부인 후두되돌이신경은 머리의 뇌에서 긴 목을 따라 내려와서 심장의 대동맥과 심장 사이를 지나 다시 머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후두되돌이신경의 형태는 물고기도 그렇고 다른 동물도 같은 형태입니다.

한마디로 비합리적인 형태인데요. 이는 기린이 다른 포유류와 공통 조상을 가진다는 증거입니다. 또한 '생물은 가장 완벽한 형태로 설계되었다'는 완벽 창조설을 반박하는 데에 좋은 근거가 됩니다. 

이마가 상당히 두꺼운데, 이는 태양열에 의해 뇌가 과열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다리가 길고 가늘어 약해보이지만, 달리기도 빠르고 다리가 굉장히 유연합니다.

아래로 고인 물을 마실 때의 기린은 다리를 180도에 가깝게 찢어서 목을 내리고 그 자세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초월적인 유연성과 다리 힘을 자랑합니다. 

 

소장이 무려 70미터로, 초식 동물 중 제일 깁니다.

 

뿔도 달려 있는데요. 기본적인 두 개의 뿔에 이마의 '혹'과 '눈 위쪽의 융기부' 2개를 더해서 5개입니다. 

 

시력도 매우 좋기로 유명한데요. 시력이 모든 포유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준으로, 4~7킬로미터 바깥에 있는 천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야간 시력은 좋지 못한 듯, 밤에는 사자에게 습격당하기 일쑤라고 하네요.

 

4.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

기린의 목이 왜 길어졌느냐 하는 것은 진화론의 주된 논점 중 하나였습니다.

용불용설, 적자생존 등의 다양한 설이 제기된 바 있지요.

지금은 용불용설은 폐기된 상태입니다. 

 

용불용설은 기린이 점점 목을 사용해서 길게 되고, 그것이 유전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요. 그러나 획득 형질은 유전되지 않기 때문에 이 학설이 폐기된 것이지요.

 

그래서 적자생존설이 정설이 된 감이 있는데요. 현대에는 이를 보충하는 여러 다른 가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적자생존설은 목이 긴 수컷은 먹이 경쟁에서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목이 짧은 암컷이나 어린 개체에게는 적용되기가 힘듭니다.

 

또 빨리 달리기 위해 다리가 먼저 길어지자 물을 마시기 위해서 목이 길어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리만 길고 목이 짧은 기린 화석이 발견되어 이 학설은 부정되었습니다. 또 암컷 기린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 기린끼리 목을 치며 싸우는 데 긴 목이 유리하다는 성선택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주장도 암컷 기린의 목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또 열대지방인 아프리카 인종들이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인 것에 착안해 기린의 긴 목이 열대 지방에서 체온조절에 유리하고 포식자를 멀리서 일찍 발견해 도망가는 데에 유리하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린은 천적이 거의 없는 동물이라 적 발견이나 도망갈 일이 별로 없지요. 

 

근래에는 가늘고 긴 목의 체형이 열 발산에 유리하다는 체온조절설이 인기가 있는 학설입니다. 

비슷한 체중의 다른 포유류 대비 25% 표면적이 넓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도살된 기린 가죽의 표면적이 딱히 다른 포유류보다 넓지 않았습니다.

 

가장 최근의 연구로는 가늘고 긴 다리와 목이 열전달이 효율적이고 바람으로 인한 냉각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또 기온이 체온보다 높을 때 기린은 태양을 향해 머리를 뻗어 햇빛에 노출되는 면적을 줄인다고 합니다.

그러니 날씬하고 키가 큰 체형이 열 손실을 돕는 것이죠.

먹이 채집이나 적 발견, 도망가는 속도 등은 길어진 목과 다리로 인한 부수적 효과라고 합니다. 

 

5. 동물 뼈를 씹어먹는 기린

현지시간 8일, 일본의 쿠리에재팬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 산림국 소속 직원 수산타 난다는 기린이 동물 뼈를 열심히 씹고 있는 장면을 촬영해 트위터에 올렸다고 합니다.

 

난다가 올린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퍼지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쿠리에재팬은 전문가를 인용해,  "기린이 죽은 동물의 뼈를 먹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린이 초식동물인 만큼 뼈를 먹고 있는 것이 사람들에게 낯설게 비치는 것 같다고 부연했습니다.

초식동물인 기린이 죽은 동물의 벼를 먹는 것은, 식물에서 충분히 얻을 수 없는 인과 칼슘 등의 영양소를 얻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린은 뼈뿐만 아니라 뿔과 상아 등도 먹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지난달 9일 미국 텍사스주의 한 도로변에서 한 사슴이 뱀 한 마리를 통째로 씹어 먹는 장면도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전미사슴협회 자연보호감독관 매트 로스는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슴이 다른 동물을 먹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사슴이 육식을 하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으나 일각에서는 급성장이나 뿔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 부족 등에 대비하기 위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