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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동물백과] '박쥐'에 대한 오해와 진실

by 석아산 2023. 6. 28.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이 영국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사람 감염 가능성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새롭게 찾았다. 미래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생태계 보호를 통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이 영국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사람 감염 가능성이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새롭게 찾았다. 미래 감염병을 예방하려면 생태계 보호를 통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쥐는 코로나19 덕분에 유명해진 동물이기도 합니다.

 

이 박쥐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 생물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박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이번에 영국에서 잡힌 박쥐가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도대체 왜 박쥐는 이렇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오늘은 박쥐에 대한 정보 전반에 대해서 살펴볼 것입니다. 그 후에 영국에서 발견된 신형 바이러스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외로 귀여운 아기 박쥐
의외로 귀여운 아기 박쥐

1. 박쥐란?

박쥐는 박쥐목(익수목, 翼手目)에 속하는 포유류입니다. (새가 아닙니다!)

포유류 중에서, 활공이 아닌 진정한 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종입니다.

박쥐의 날개는 길게 늘어난 앞발가락(손가락) 사이에 얇고 튼튼한 막이 채워진 것입니다. 이 막은 뒷다리와 꼬리까지 연장되어 있고, 특수한 형태로 되어 있어 박쥐의 비행 시에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대개 야행성이고, 낮에는 햇빛을 피해 나무구멍이나 동굴 등에 틀어박힙니다. 그런데 도저히 체중을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은 작은 굴곡도 발톱으로 움켜쥐고 거꾸로 매달립니다.

 

박쥐는 열매를 먹는 것부터 육식까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종이 981가지나 있어 정말 다양하고 번성한 생물종입니다.

 

2. 박쥐의 특징

1)박쥐의 분류

박쥐목은 큰박쥐아목과 작은박쥐아목의 2가지로 나눕니다.

그런데 최신 연구에 따르면 큰박쥐류는 관박쥐를 포함한 다른 작은박쥐 5과와 함께 음박쥐아목(Yinpterochiroptera)에 속하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작은 박쥐류는 모두 양박쥐아목(Yangochiroptera)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재분류된 것이지요.

 

땃쥐나 쥐캥거루처럼, 이름에 '쥐'가 들어가 있지만 설치류는 아닙니다.

오히려 설치류보다는 식육목의 경우제목, 기제목 등에 더 가깝습니다. 즉 쥐보다는 개나 고양이, 소, 말 등에 조금 더 가까운 종입니다.

 

2)박쥐의 감각

작은박쥐는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대신 초음파를 이용한 반향정위(Echolocation)를 먹이 및 장애물 탐지에 사용합니다.

초음파의 메아리를 듣고 주위를 파악하기 위해 청각이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그런데 초음파를 내지르는 순간에는 이소골을 수축시켜 고막의 진동 전달을 차단하여 자기 청력을 보호합니다.

 

박쥐가 내지르는 초음파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먹이를 탐색하는 모드, 추적하는 모드, 정밀 추적하는 모드 등 예상 외로 무척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더해 많은 종의 박쥐가 초음파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귀 뿐만 아니라 코나 얼굴을 기묘하게 변형시켰습니다.

이를 의사소통에도 사용합니다.

 

또 한 연구팀은, 박쥐가 성대주름과 가성대주름(false vocal folds)을 모두 활용하는 독특한 성대 구조를 가진 덕분에 저음부터 고음까지 자유롭게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과일박쥐류'로 지칭되는 큰 박쥐는 반향정위 능력이 없습니다.

대신 시력과 청력을 이용해 주로 과일로 된 먹이를 찾습니다. 얼굴이 개나 여우와 비슷하여 '날여우(flying fox)'라고도 불립니다.

 

과일박쥐의 성체는 날개 너비가 30센티미터를 넘길 정도로 덩치가 큽니다. 황금볏과일박쥐는 날개 너비가 무려 150~170센티미터에 달합니다.

 

3)박쥐의 종류와 특성

곤충을 잡아먹는 충식성 박쥐와 과실을 먹는 과일박쥐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박쥐는 포유류 종의 1/4을 차지할 만큼 많은 종류를 차지하는 분류군답게 그 생태가 무척 다양합니다. 벌새처럼 긴 혀로 꿀과 꽃가루를 먹는 종부터 개구리, 생쥐, 새 등 척추동물을 사냥하는 종, 다른 박쥐를 잡아먹는 종, 물고기를 낚는 박쥐와 일평생 피만 먹는 흡혈박쥐까지 있습니다.

4) 박쥐의 발

박쥐의 발은 구조상 무게가 아래로 실리면 인대가 당겨져서 저절로 발톱이 구부러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매달려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상태로 새끼에게 젖을 주거나 잠을 자는 것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죽더라도 그 상태로 매달려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뒷다리가 반대로 돌아가 있어서 날아다닐 때 양력을 받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보행하는 적합하지 않아 땅에서는 어기적어기적 걸어다닙니다.

다만 예외도 있어서, 흡혈박쥐와 뉴질랜드에서만 사는 페카페카는 땅에서도 빠르게 걷고 뛸 수 있다고 합니다.

 

5) 기타

목뼈가 23개라는 낭설이 있지만,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박쥐의 목뼈는 여타 모든 포유류처럼 7개입니다. 현대의 포유류 중에서 목뼈가 7개가 아닌 것은 나무늘보와 매너티가 전부라고 합니다.

 

넓은 분포를 자랑합니다. 극지방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살고 있습니다. 극지방은 박쥐의 왕성한 대사량을 감당할 먹이가 없기 때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통 날아다니는 동물의 왕은 새라고 생각하지만, 박쥐의 비행이야말로 지구상에서 최고입니다.

부드러운 피막 형태의 날개는 너무나도 유연합니다. 그래서 날개의 형태를 조절하는 것이 용이해 상황에 따라 다르게 퍼덕일 수 있습니다.

 

특히 새는 벌새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지비행이나 뒤로 비행하는 것은 물론, 착륙도 잘 못해서 둥지로 날아오다가 자신의 알을 깨먹는 대형사고도 벌어집니다.

 

그러나 박쥐는 피막 형태의 날개에 감각 수용체가 많고, 이를 통해 여러 형태로 날 수 있습니다. 천적으로는 부엉이와 올빼미를 비롯해 악어, 뱀, 매, 수리, 코뿔새 등이 있습니다.

 

3. 박쥐에 대한 인식

박쥐는 날아다니지만 새는 아니기 때문에 고대 생물학자들이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아무리 봐도 쥐도 아니고, 그렇다고 새도 아닌지라 이를 야비한 동물의 대명사로 취급했습니다. 

그래서 이솝을 비롯한 우화 작가들에게 뭇매를 맞았는데요. 그래서 대체로 '박쥐 같은 놈'이라고 하면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낮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여기저기 붙는 사람', 즉 기회주의자의 대명사로 불립니다.

 

또한 야행성에다가 음습한 동굴에 살고, 외모도 흉측하게 보여서 사악한 동물로 취급되는데요. 이는 그저 인간의 비뚤어진 인식이 투영된 결과일 뿐이지요. 박쥐는 그 나름대로 아주 아름답고 가치있는 생물입니다. 특히 박쥐가 수분을 매개하는 식물도 참으로 많습니다. 

 

그래서 좋은 이미지를 만든 문화권도 있는데요.

이집트 신화에서는 친구인 까마귀가 귀신병에 걸리자 귀신병을 바람으로 몰아내기 위해 노력해서 손가락을 날개로 바꾸고 친구를 살린 좋은 이미지로 나옵니다.

 

동아시아에서는 박쥐를 다산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또 한자에서 박쥐 복(蝠)자가 복 복(福)자와 음이 같아서 경사와 행복을 불러오는 동물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의 노리개나 경대, 화장대 등의 장롱에 많이 등장하는 문양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박쥐 두 마리는 쌍복, 다섯 마리는 오복을 상징합니다. 또한 동아시아에서는 퇴마에서 활약하는 동물이기도 합니다.

 

박쥐라는 이름이 옛 명칭 '밝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옛날 일부 사람들은 밤눈에 좋다고 박쥐를 먹으면 밤눈이 밝아진다는 낭설이 떠돌아, 이를 한약재로 팔기도 했습니다.

 

4. 박쥐는 이로운 동물

박쥐는 텔레그래프지가 선정한, 지구에서 절대 멸종되지 말아야 할 대체 불가능한 동물 탑 5 중 하나입니다.

 

1) 다른 생명체의 개체수 조절 효과

서양권 문헌이나 영상물에서 박쥐는 매우 안 좋은 이미지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인간에게 해가 되는 동물은 아닙니다. 해가 될 만한 게 있다면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도인데, 대다수의 박쥐는 인간과 접촉할 일 없이 해충을 잡아먹습니다. 또는 해로운 동물을 잡아먹거나, 과일류만 먹고 살지요.

 

인간이 일부러 접촉하려 하지 않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사람과 접촉해 병을 옮길만한 박쥐인 흡혈박쥐는 전체 중 극소수인 단 3종 뿐이며, 이조차도 한국에서는 살지 않습니다.

 

작은 박쥐는 매일 밤 수많은 곤충을 먹어치워서 해충 박멸에 탁월합니다. 그 예로 집박쥐는 하루에 자신의 몸무게에 3분의 1에 달하는 모기를 잡아먹습니다.

집박쥐의 몸무게가 보통 7~9그램입니다. 그러니 하루에 거의 모기 3000마리를 먹는 셈입니다.

 

2) 수분 매개 동물

과일박쥐의 경우 꽃가루를 옮기며 수분을 도와줍니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좋은 일을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일박쥐는 성격도 온순합니다.

 

특히 밤중에만 꽃을 피는 식물들은 대개 박쥐에게 수분을 의존합니다. 커피 농장을 하는 이들에게 과일박쥐는 좋은 커피 열매의 감별사 대접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과일박쥐는 잘 익어서 맛있는 커피 열매만 골라 먹고 적작 사람이 쓸 커피콩은 뱉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박쥐들이 밤새 커피 열매를 실컷 먹고 가면 바닥에 떨어진 커피콩을 주워 세척하면 된다고 하네요.

해외에서 커피 농장을 한 한국인이 쓴 책에서는 일꾼들이 과일박쥐를 아주 좋아한다고 합니다. 과일박쥐가 없다면 사람이 손수 하나하나 커피콩을 꺼내는 막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 육식성 박쥐들은 대부분 개구리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거나 쥐를 잡아먹습니다. 이렇게 해로운 동물들의 개체 수 조절에 도움을 줍니다. 실제로 박쥐들이 많은 지역에는 쥐의 개체수가 적다고 합니다.

3) 박쥐의 배설물과 동굴 생태계

이 외에도 박쥐의 배설물은 동굴에 쌓여 구아노(Guano)를 형성합니다. 이는 동굴 생태계에 매우 큰 역할을 하지요.

동굴은 햇볕이 들지 않아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없습니다.

식물이 없으니 동물들도 살아갈 수가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도 동굴에 다양한 생물이 있는 것은 바로 박쥐의 배설물 때문입니다.

박쥐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나 곤충 등을 작은 동물이 잡아먹고, 또 이 작은 동물을 큰 동물이 잡아먹으면서 생태 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 구아노는 비료로 쓸 수도 있지만, 생산되는 양은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이 적은 양의 구아노를 싹 쓸어간다면, 그 동굴에 살고 있는 나사조개나 새우, 장님물고기, 동굴뱀 등은 차례로 굶어 죽을 것입니다.

다들 눈이 퇴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 동물들은 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죠.

 

박쥐는 바이러스의 댐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약 130여종의 바이러스를 체내에 저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박쥐가 저장하고 있던 바이러스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5. 질병의 매개체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인간이 굳이 박쥐와 접촉하려고 할 때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러니 어쩌다가 박쥐를 잡게 될 기회가 생기더라도 절대로 직접 손으로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이 박쥐는 야생동물인 데다가 동굴이라는 비위생적인 곳에 서식하므로 진드기나 빈대, 벼룩, 이 같은 기생충이 득실득실합니다.

그냥 육안으로만 봐도 털 위로 기어다니는 기생충들이 보일 정도라네요 ㅠㅠ

 

신기하다고 만지거나 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거나 걸레나 헌 옷감 같은 것으로 덮어서 야외에 놓아주는 것이 상책입니다.

집 안에 박쥐가 날아들면 조명 때문에 눈이 부셔하며 마구 날아다니거나 구르며 난리를 치는데요. 혹여 침구류나 옷 위에 떨어졌다면 세탁과 소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생충 외에도,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각종 인수공통 감염병의 매개체로, 미국에서는 광견병의 최대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직접 물리지 않았떠라도 밀접한 피부 접촉이나 동굴에서 에어로졸의 흡입을 통해 박쥐로부터 광견병이 전염된 사례가 있습니다. 남미 지역은 박쥐로 인한 광견병의 발병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또한 중서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과일박쥐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초 인체감염이 야생 박쥐를 식용으로 하기 위해 손질하다가 혈액에 감염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2019년 말에 발생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의 전파 역시 감염된 박쥐의 섭취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질병들의 전염 사례가 보고된 바 없습니다. 

 

그러면서 박쥐 자신은 바이러스성 질병에 있어 무적에 가깝습니다. 이는 체온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2~3도 높기 때문인데요.

높은 온도에서 활성화되는 항바이러스 면역체계가 항상 활발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원균에 감염이 되어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멀쩡하다네요! 

또한 면역체계 자체도 독특해서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면서도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과도한 면역반응도 차단하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들 덕분에 수명까지 길어져서 박쥐는 같은 크기의 소형 포유류에 비해서 최소 몇 배 이상 오래 산다고 합니다. 

대신 신진대사가 활발해, 조금만 굶어도 굶어죽을 위험이 커진다고 합니다.

다양한 박쥐들
다양한 박쥐들

6. 영국 박쥐에서 발견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1)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말로 접어드는 가운데, 영국에 사는 박쥐에게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갖춘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 당장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인 적지만, 코로나의 위협이 가시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입니다.

 

28일, 빈센트 사볼라이넨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생명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영국에 서식하는 박쥐에게서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습니다.

지금 당장 감염될 가능성은 낮지만, 변이를 거치면서 감염볌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류 역사에 많은 인명피해를 입힌 감염병을 살펴보면 대부분 동물에게서 시작해 사람에게 옮겨진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특히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면서 홍역, 결핵, 천연두와 같은 치명적인 감염병이 유행했지요. 

인류 최악의 감염병으로 불리는 흑사병도 도시에 살던 쥐가 원인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수공통감염병은 250여종에 달합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야생동물과 사람의 접촉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박쥐는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를 보유하면서 도심 속 건물에 서식하기도 하여 '감염병의 저수지'로 불리기도 합니다.

 

연구진은 영국에 살고 있는 박쥐 17종 중 16종에서 앞으로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큰 바이러스를 찾았습니다.

박쥐의 대변 샘플 48개를 수집해 바이러스의 종류와 유전적인 특징을 조사한 결과, 2종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1종은 메르스(MERS)와 관련됐고, 다른 1종은 코로나19를 유발한 사르베코바이러스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을 일으킨 바이러스의 새로운 버전이 발견된 것입니다.

 

2) 감염 확인 테스트

연구진은 이들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수 있는지 테스트를 해보았다고 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동물의 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인체 세포에 결합할 수 있는지 확인한 것이죠. 

 

실험 결과 사르베코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간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2에 결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결합 효율은 낮아 당장 감염을 일으킬 확률은 거의 없다고 연구진은 분석했습니다.

 

사볼라이넨 교수는 "ACE2 단백질이 아주 많은 상황에서만 결합하는 만큼 새롭게 발견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당장 감염돼 질병을 일으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코로나19처럼 다른 동물을 중간 숙주로 삼는다면 감염병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미지의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자연 생태계를 잘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존하고 바이러스를 정기적으로 검사해 인간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박쥐 보존 자선단체인 '배트 컨서베이션 트러스트(Bat Conservation Trust)'의 리사 월리지 보존책임자는 "야생동물 보호는 감염병 예방뿐 아니라 생태계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는 자연보호 활동가와 과학자의 협력이 공중보건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28일 소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