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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지능 높은 문어... 악몽도 꾸나... 자면서 먹물 뿜어

by 석아산 2023. 5. 25.

문어가 포식자의 공격에 맞서 몸을 둥그렇게 말아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다. Mitch Helwig (ig:@mitchyonstj)

문어는 연체동물, 아니 해양 생물 가운데 가장 똑똑한 동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포식자에 물려 팔을 잃은 문어가 자면서 먹물을 뿜는 등, 악몽을 꾸는 것으로 보인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럼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문어는 생쥐 수준의 미로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과 못되게 구는 사람을 구분할 수도 있고, 놀이도 즐깁니다. 그리고 주변 환경에 맞추어 피부색과 무늬를 자유롭게 바꾸는가 하면 조개껍데기로 은신처를 만들고 죽은 해면으로 서식지 굴에 현관문도 다는 등 도구도 사용할 줄 압니다 ㅋㅋㅋ 

영국은 지난해 무척추동물이면서도 고통과 쾌락을 느끼는 문어를 지난해 '지각이 있는 존재'로 인정했습니다.

문어는 낮에는 굴이나 바위틈 등 어두운 곳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밤에 밖으로 나와 활동하지요.

그런데 조용히 잠을 자던 문어가 갑자기 몸부림을 치면서 먹물을 내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몸부림을 치며 먹물을 내뿜는 문어. 동영상 갈무리

미국의 록펠러 대학교 연구진은 실험실 수족관의 관찰 카메라에 잡힌 이 이상한 행동을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문어가 악몽을 꾼 것으로 보인다는 놀라운 결론을 냈습니다. 이 연구는 <바이오아카이브>라는 사전출판 논문 온라인 공유집에 실렸습니다.

 

이 문어는 2021년 연구진이 두족류의 인지 능력을 연구하기 위해 구입한 개체라고 하네요.

연구진은 플로리다 해안에서 잡은 이 문어에 영화 <컨택트>에 등장하는 외계인인 코스텔로라는 이름을 붙이고 관찰에 들어갔습니다.

수족관 속의 문어는 굴이 없어 하루 24시간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문어가 수면 중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는 일련의 장면. 눈을 감고 조용히 잠을 자던 문어가 갑자기 온몸을 요동치다 먹물을 내뿜고는 몸을 돌돌 말아 방어 자세를 취했다.&nbsp; biorxiv.org

포식자에 공격 받았을 때 행동과 유사

그런데 어느날 아침, 수족관 물이 문어가 내뿜은 먹물 때문에 뿌얘진 것을 한 연구원이 발견했습니다.

카메라를 돌려 확인해 보니, 문어가 전날 밤 수족관의 벽에 붙어서 잠을 자던 중, 갑자기 몸부림을 치면서 수족관 바닥으로 내려와 원뿔형으로 몸통을 불린 다음 갑자기 먹물을 내뿜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이는 문어가 포식자의 공격을 받았을 때 취하는 행동과 같았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스텔로에게는 악몽을 꿀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잡혔을 당시 코스텔로는 8개의 팔 중에서 3개가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사람한테 잡히기 전 포식자의 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구진은 3대의 카메라에 녹화된 36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비슷한 행동을 세 건 더 발견했다고 합니다.

연구를 이끈 마르셀로 마그나스코 교수는 문어가 꿈을 꾸기는 하지만,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꾸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 문어의 피부색은 보통 때보다 옅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매우 짧다고 하네요. 2021년 브라질 연구진의 관찰 연구에 따르면, 문어의 피부색은 수면 중에 대략 30분마다 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속 시간은 1~2분입니다.

연구진은 이런 패턴이 사람들의 렘수면 패턴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렘수면은, 잠 자는 동안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보통 인간은 이때 꿈을 꿉니다.

 

악몽 꾼 것이라면 고도의 두뇌활동 증거

사람의 경우 렘수면이 일어나는 순간, 꿈을 꾸고 있는지는 머리에 전극을 부착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어에게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지요. 또 설령 꿈을 꾸는 걸 확인하더라도 인간처럼 서사를 가지고 있는 구조인지 아닌지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2020년 다큐멘터리에서 알래스카 퍼시픽대 연구진은 문어가 잠자는 동안 일련의 피부색 변화를 보이는데, 이것이 게를 사냥할 때 나타나는 것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해 이를 문어가 꿈꾸는 증거로 해석한 바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포식자에 대항하는 듯한 코스텔로의 반응은 모두 수면 중에 피부색이 변한 직후애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런 문어의 행동이 일종의 몽유병이나 기면증, 발작이거나 노화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단 한 마리에서 본 몇 가지 행동으로는 문어의 꿈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만약 진짜로 문어가 이야기가 있는 꿈을 꾼 것이라면 어떨까요?

연구진은 그렇다면 문어가 고도의 두뇌 활동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꿈을 꾸는 것으로 밝혀진 동물은 지금까지 개, 쥐, 오징어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