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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

[곤충백과] 천부적인 재단사, '잎꾼개미'에 대해서

by 석아산 2023. 6. 23.

천을 재단하는 최고의 재단사 곤충, 잎꾼개미
천을 재단하는 최고의 재단사 곤충, 잎꾼개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다종다양한 개미 가운데에서도, 식물의 잎을 기가 막히게 마름질하여 이용하는 '잎꾼개미'의 재단술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우선 잎꾼개미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요.

 

잎꾼개미가 어떻게 이파리를 잘라서 이용하는지 최근에 밝혀진 논문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에트로머스속의 잎꾼개미
에트로머스속의 잎꾼개미

1. 잎꾼개미란?

잎꾼개미란 특정한 개미의 종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잎을 채취하는 양상을 보이는 개미들을 총칭하는 것입니다.

2. 생태

두배자루마디개미아과(Myrmicinae) 에크로머멕스속(Acromyrmex)과 에타속(Atta)에 속한 개미들이 통상 이러한 행동 양식을 보입니다.

 

이들이 잎을 채취하는 이유는, 잎을 잘게 찢어서 버섯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즉 버섯이 이들의 주식인데요. 그들이 기르는 버섯종과 서로 의존적인 공생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개량한 식물이 통상 야생에서는 맥을 못추는 것처럼, 개미집 외부에서 자생하는 잎꾼개미의 버섯종은 발견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이 특정한 버섯은 잎꾼개미가 농사를 지은 결과물인 것이죠.

 

여왕개미가 결혼비행을 할 때 몸에 버섯 종균을 묻히는데요. 

이렇게 일개미가 나올 때까지 자신의 체액으로 버섯을 살려둔다고 합니다. 또는 입 속의 주머니에 종균을 보관하고 있다가, 일개미들이 잎을 수확해 오면 종균을 뱉어서 잎죽에 심어서 그것을 키워 왕국의 식량을 확보한다고 하네요.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인간보다 5000만년 앞서 버섯 농사를 시작한 종으로 평가하기도 합니다.

계급을 보면, 초소형 일개미는 유충을 돌보거나 버섯농장에서 일하는 정원사 역할을 하고, 소형 일개미는 잎을 옮기는 동료들을 보호하는 파수꾼 역할, 중형 일개미는 잎을 자르는 재단사, 대형 일개미는 침입자와 맞서 싸우는 병정개미 역할을 합니다.

 

단일 군체는 때로 개체 수가 800만까지 늘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후 생식계층의 생산에 집중하면서 서서히 규모가 줄어들게 됩니다. 개미학자들이 규모를 알기 위해 버려진 개미집의 내부에 시멘트를 들이부은 실험을 했는데요.

그 결과 42평... 즉 어지간한 집 한 채 크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특히 병정개미가 덩치가 크고 턱이 날카로운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물리면 정말 골치 아프죠. 턱에 아연 코팅이 되어 있어 마치 가위처럼 이파리를 쉽게 잘라낸다고 합니다.

 

그냥... 작은 가위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습니다!

 

3. 기타

최근 한국에서 최재천 교수가 '농사짓는 개미'로 소개하여 유명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고동털개미라는 것도 효모와 곰팡이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밝혀졌지요. 잎을 들고 가는 잎꾼개미 위에 다른 개미들이 올라타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는 기생파리가 이동하는 개미의 목을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올라타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외국곤충으로, 한국에서의 사육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유일하게 국립생태원에서는 사육허가를 받아 키우고 있습니다.

 

4. 잎꾼개미의 놀라운 재단술

잎꾼개미는 자기 몸보다 몇 배나 큰 나뭇잎을 크게 자른 뒤에 줄지어 나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잎을 적당한 크기와 무게로 자를 수 있는 것일까요?

 

잎꾼개미들은 뒷다리와 머리 감각털을 이용해 위치와 잎의 두께, 방향 등을 예측하여 잎을 자기가 나를 수 있는 적절한 크기로 자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독일의 뷔르츠부르크대학의 다니엘라 뢰머 교수팀은 현지시간 23일 '실험생물학 저널'에서 잎꾼개미들이 잎을 자르는 메커니즘을 얇은 필름으로 만든 가짜 잎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잎꾼개미는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잎을 잘라 직접 먹지 않고 둥지 내의 특정 장소에 쌓은 뒤 버섯을 재배해 먹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들은 자기 몸무게의 최대 6배나 되는 무게의 잎을 잘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러나 이들이 어떻게 잎을 자기에게 맞는 크기와 무게로 자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연구팀은 다양한 두께의 필름에 으깬 가시나무잎이나 장미 기름 등을 문질러 잎꾼개미가 좋아하는 가짜 잎을 만든 뒤 잎꾼개미가 가짜 잎을 자르는 모습을 촬영해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잎꾼개미들은 잎 가장자리를 뒷다리로 잡고 자를 위치를 정한 다음, 몸을 회전하면서 잎을 일정 크기로 자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잎을 자르는 동안 머리에 있는 감각털로 방향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렇게 잎 가장자리를 잡고 있던 다리를 옮겨 가며 잎 절단 궤적을 정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잎을 자르는 도중에 잎 두께가 변하면, 재빨리 절단 궤적을 변경하여 잘리는 잎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는 책략을 보였습니다.

연구팀은 0.13밀리미터 두께의 필름 한 겹으로 만든 얇은 잎과 3겹을 겹쳐 만든 두꺼운 잎을 이어붙여 실험에 사용했습니다.

잎 두께가 달라지자 절단 궤적을 바꾸는 잎꾼개미
잎 두께가 달라지자 절단 궤적을 바꾸는 잎꾼개미

잎꾼개미들은 처음에는 가짜 잎의 가장자리를 뒷다리와 가운데 다리로 잡고 잎을 자르기 시작한 다음, 몸을 서서히 회전시키면서 둥근 호를 기르며 잎을 잘랐습니다.

그러다가 몸이 가장자리와 거의 수직이 되었을 때 가장자리를 잡은 다리를 두 번째 뒷다리로 바꾸고 몸이 180도 회전될 때까지 잎을 잘랐습니다.

 

또 잎이 두꺼울 경우에는 다리를 구부려 잎이 닫는 범위를 줄였습니다. 이렇게 잘리는 잎의 크기를 작게 만들었죠.

이어 잎꾼개미가 잎 크기 조절에 가장자리를 잡고 있는 다리만 사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잎을 자라는 도중에 얇은 종이를 이용해 잎을 잡고 있는 다리가 떨어지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잎꾼개미는 이에 아랑곳않고 일정한 형태로 잎을 자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리에 있는 감각털을 제거하자, 잎꾼개미들은 방향을 완전히 잃고 이전의 타원형 절단 궤적을 벗어나 멋대로 잎을 잘랐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잎꾼개미들이 잎 가장자리를 잡고 있는 다리를 통해 얻은 위치 정보와 머리의 감각털로 확보한 방향 정보 등을 동기화 시켜 잎을 자른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